“서남해안 시대…민간·군 공항 이전은 무안 발전 계기 될 것”

김영록 전남지사, 무안 군민과의 대화
범대위 반발로 예정보다 늦게 진행
군수·군의원 불참에 반쪽짜리 대화
‘인구 20만명 스마트 공항도시’ 설득

13일 오후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서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군민과의 대화를 위해 온 김영록 전남지사의 길을 막고 있다. /나명주기자mjna@kwangju.co.kr

“서남권 발전을 위해서는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간·군 공항 이전 문제의 경우) 광주시가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서는 안될 것 같았습니다. 도지사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13일 오후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무안 군민과의 대화 자리에 참석, 무안국제공항으로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인구 20만명의 스마트 공항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날 행사는 ‘광주군공항 무안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등 일부 주민의 반발로 예정 시각(오후 2시)보다 1시간 20여 분 가량 늦게 진행됐다.

주민들은 행사장 앞에 ‘무안군 발전은 우리가 책임진다. 전남도는 압력 행사를 중단하라’는 등의 군 공항 반대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고 “군 공항 이전 철회하라, 돌아가라”며 김 지사의 이동을 막았다.

김 지사도 행사장 앞을 막아선 채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무엇이든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며 버티고 선 채 물러서지 않았다.

범대위는 김 지사가 군공항 이전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행사장에 들여보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김 지사는 이를 거부한 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김 지사와 주민들 간 1시간 넘게 마주보고 대치하는 형국이 됐고, 김 지사는 경찰의 3차례의 해산 명령 이후 경찰과 도청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김산 무안군수는 군청 입구를 막고 행사 참석을 반대한 주민들로 인해 청사를 빠져나오지 못해 행사에 불참했으며, 광주 민간·군 공항의 무안 이전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행사장 안팎에서는 무안군 여러 주민들이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여, 민원 등을 건의했다는 점을 들어 김 군수가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김 지사는 도민과 대화에서 “행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일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생각하겠다”며 행사를 진행했다.

김 지사는 도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세계를 잇는 서남권 게이트웨이’로 무안공항 중심 인프라와 산업이 같이 발전하는 도시로 무안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주민과의 대화는 범대위 소속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김 군수, 무안군의원 등도 불참하면서 핵심 현안인 군 공항 이전에 대한 격렬한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지사는 그러나 마지막에 이뤄진 군 공항 관련 질의를 바탕으로 무안공항으로의 이전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지사는 “마지막에 하려고 했지만 질문이 들어왔으니 먼저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우리 무안공항처럼 소음 피해가 적은 곳이 없다. 소음 피해를 줄일 완충지도 충분하고 바닷가로 연결돼 소음 확산을 막는 역할도 가능하다. 여건이 안되는 함평과 달리, 여건이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광주 군 공항이 오는 데 따른 문제도 있다. 저도 모르겠냐. 하지만 감내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봐서 왔을 때 10배가 넘을 정도로 이익이 되면 감내해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그는 오는 2025년이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KTX로 국제공항까지 연결되는 만큼 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속히 국내선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광주시가 애초 약속을 안 지켰지만 언제까지 그 말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않냐고도 했다.

그는 참석하지 못한 김산 무안군수를 향해서도 “무안군과 광주시가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무조건 안 한다고 하면 밖에서는 무안군 잘못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며 “찬성이냐, 반대냐. 왜 반대냐. 공론장에 나와서 분명하게 말하고 요구하면서 대화하고 해결해야한다”고 했다.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박창순 전 광주시 항공대장의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장은 “30년 넘게 소방항공대 헬기를 운영하면서 광주 공항 주변을 항공 촬영했고 13개 세계 공항을 비교 분석해 국제공항 활성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도 받았다”며 “광주와 무안은 바늘과 실로, 서남해안 시대를 이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무안공항으로의 민간·군 공항 이전은 무안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KTX가 지나가는 광주송정역은 광주역과 통합된 뒤 땅값이 치솟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뻗어나가고 있는 점을 들어 “오지 말라고 해도 오라고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다른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경청하고 실·국장 등을 통해 해결 방안을 설명토록 한 뒤 “어떻게 하는 게 무안 발전을 위한 것인지 무안군수랑 진지하게 대화하겠다”며 행사를 마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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