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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장도리’ 박순찬 화백 “비판받는 당사자도 웃을 수 있는 ‘유머 코드’ 중요”

by 광주일보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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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메이홀 이매진 도서관서 ‘얘기마당’ 펼쳐
‘촌철살인’ 26년간 시사만화 그려…장도리 사이트 개설 시즌2 창작
“우리 사회 민주화, 5·18 광주시민들 희생 있어 가능…마음 속에 빚”

박순찬 시사만화가가 지난 8일 광주 메이홀 이매진 도서관에서 시사만화 등을 모티브로 얘기 마당을 펼쳤다. <메이홀 이매진 도서관 제공>

“만화의 장점은 유머코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만화계 선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비판을 당하는 당사자에게도 먹힐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라고. 단맛이 나도록 코팅을 한 ‘당의정’과 같은 기능이 바로 유머코드라 할 수 있지요.”

유머와 촌철살인으로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시사만화 ‘장도리’를 그렸던 박순찬 화백. 박 화백은 지난 1996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2021년까지 26년간 ‘장도리’를 연재했다. 신문사 입사 당시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던 그는 소시민 장도리의 눈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특유의 위트와 풍자로 그렸다.

박 화백이 지난 8일 광주에서 얘기마당을 펼쳤다. 메이홀 이매진 도서관에서 ‘장도리 박순찬의 얘기마당-시사 만화와 용산대형’을 주제로 시민들을 만난 것. 임의진 작가의 사회로 진행된 얘기마당에는 평소 ‘장도리’를 좋아했던 팬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참석했다.

특강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 화백은 그동안의 활동과 현재 근황, 향후 계획 등을 풀어냈다. 그는 “‘장도리’가 인기 있었던 것은 만화의 기본 속성을 따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독립적인데다 형식이 자유로운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장도리 사이트를 개설해 ‘장도리 시즌2’를 열어가고 있다. 기존 신문에서 보여줬던 네 컷 형식과 다르게 한 컷으로도 내용을 담기도 한다.

원래 그는 장편만화를 그리는 게 꿈이었다. 연세대에서 천문학과 건축학을 공부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입사 당시만 해도 언론사 위상이 아주 높던 시기였어요. 노태우 정권부터 대통령 얼굴을 만화로 그릴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 시사만화의 인기도 늘어났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할 당시가 김영삼 정권 말기였는데 한보사태 ‘차남 문제’ 등으로 어수선했어요. 기사뿐 아니라 만화로도 많이 비판을 했는데, 위로부터 ‘지적’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었죠.”

‘장도리’라는 타이틀은 어느 집에나 있을 만큼 흔히 볼 수 있는 ‘장도리’라는 공구에서 힌트를 얻었다. 못을 박고 못을 빼는 연장이 담고 있는 의미는 만만치 않다. 거짓을 빼고 진실을 박아 넣는 그런 뜻을 함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26년을 시사만화가로 살았다. 매일 매일 연재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대신 해줄 수도 없고, 휴가 등에 있어 적잖이 제약을 받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기에는 신문사로부터 어느 정도 ‘제약’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은 “작가 자신이 조절하면서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시사만화의 본질은 위트와 풍자다. “만화라는 장르는 기본적으로 자본이 안 들기 때문에 자본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면이 있죠. 유럽에서는 만화 출발이 권력자의 풍자로 시작됐어요. 웹툰 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시사만화는 본질적으로 비판적이고 시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꼽은 자신의 최고 작품은 지난 2012년 그린 ‘산업화와 88만원 세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가 팽팽하게 대결을 하던 시기였다. 이들의 정쟁에 볼모로 잡힌 청춘세대의 눈물과 애환을 네 컷에 담아냈다. ‘속 타는 데 물이 없다’가 투덜대는 양 세대의 모습에 커다란 물통을 지고 가는 청년세대를 대비해서 그린 작품이다. 당시 만화는 그해 전국시사만화협회 ‘올해의 시사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얼마 전 박 화백은 장도리 카툰집 ‘도리도리’를 펴냈다. 카툰은 그림으로 시각적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인물의 특징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박 작가는 정치인을 그리는 데 있어 나름의 원칙이 있다. ‘정치인을 그린다는 것은 생물학적 얼굴이 아닌 공적 활동을 바탕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스꽝스럽게 강조되는 정치인의 얼굴은 ‘유권자의 욕망 또는 희망, 분노, 좌절’을 반영한다고 본다. 정치인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분노하는 것은 당사자에 대한 분노를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상식에 대해 분노’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럼에도 박 화백은 나름의 절제와 원칙을 고수한다. “모욕이나 인신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먹힐 수 있는 만화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는 독립적,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재 인터넷 신문에 연재를 하고 있으며 따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네 컷 만화를 올리고 있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서도 작업의 내용 등을 알리고 있다.

서울 출신인 그는 항상 마음속에 광주에 대한 빚이 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는 광주5·18민주화운동 등 광주 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빚을 지고 있다고 봅니다.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으며 광주에 올 때면 그런 감회가 느껴집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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