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계를 움직이는 로마 2026년 역사를 들여다 본다
공화정, 회복탄력성, 공공성, 대립과 경쟁, 영웅과 황제, 후계 구도, 선정과 악정, 5현제, 혼돈, 군인황제, 유일신교, 멸망.
위에 열거한 것들은 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키워드들이다. 로마는 세계 역사에 있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견고한 제국을 구축했다. 이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흔히 역사가들이나 독자들은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이 말에는 강력한 제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시련과 극복, 도전과 응전이 있었음이 전제돼 있다.
“로마 이전의 모든 역사는 로마로 흘러 들어갔고, 로마 이후의 역사는 로마로부터 흘러나왔다”는 말이 주는 울림은 간단치 않다. 세계사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을 비롯해 몽골제국, 이슬람 제국 등 만만치 않은 제국이 등장했지만 로마 제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도쿄대 명예교수인 모토무라 료지가 펴낸 ‘로마사를 움직이는 12가지 힘’은 2026년 로마의 역사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일본 내 로마사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저자는 지중해 학회상, JRA마사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로마제국 인물 열전’, ‘지중해 세계와 로마 제국’ 등을 발간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모두 12가지 코드로 로마사를 분석하는데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중 하나는 회복탄력성이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 키워드를 저자는 로마인들이 지닌 대표적 자질로 본다. 패배와 치욕, 승리와 영광은 두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칸나에 전투도 마찬가지다. 당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게 엄청난 패배를 당했지만 다시 전력을 보강했다. 스키피오를 사령관으로 임명하고 한니발의 전법을 이식해 마침내 승리로 이끈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표적인 코드는 공공성이다. 로마는 인류 최초로 공공성, 다름 아닌 공공개념을 도입했다. 국가를 비롯해 공공에 헌신한다는 자세는 귀족 외에도 평민들도 견지했다. 당대 경쟁국이었던 그리스나 페르시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후일 공공성의 상실은 로마 멸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후계 구도도 로마 흥성을 견인했던 주요 요인이다. 카이사르는 공화파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직전 젊은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점찍었을까. 저자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양아들 옥타비아누가 지닌 탁월한 ‘위정자의 자질’을 간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태평성대는 집권자의 선정을 비롯해 제반 요건이 원활하게 작동돼야 가능하다. 로마의 전성기는 5현제 시대에 들어서면서 가능했다. 네르바 황제는 군대의 살해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후계자 선택’을 위한 목적으로 5현제 시대를 열었다. 이 시기에 비로소 로마는 제국이라는 반석 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우렐리우스의 사심이 담긴 후계자 지명은 현군시대의 종말을 앞당긴 패착이었다.
이밖에 위대한 영웅과 황제, 대립과 경쟁, 유일신교 등도 로마 번성기를 구가했던 요인들로 분석된다.
한편 저자는 “그리스 비극은 되풀이해서 ‘휴브리스(Hubris, 오만·교만)’가 비극의 원인이라고 가르친다. 그런 의미에서 ‘로마사는 대단하다’는 주장을 남발하면 휴브리스의 교훈을 거스르게 된다. 그러나 ‘세계사라는 바다를 항해할 때 로마사를 좌표축으로 삼는다면’ 학습 효과가 달라지리라고 자부한다”고 말한다. <사람과나무사이·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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