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광주지혜학교 영화제작 수업 화제
‘한발짝 더’·‘주인을 찾습니다’ 촬영
12월2일 광주독립영화관 상영회
“영화를 찍으면서 다툼이 일어날 것 같으면 ‘용용체’(종결어미에 ‘용’을 붙이는 말투)를 쓰기로 우리끼리 약속했어요. 그러면 화를 내도 ‘이건 아니지용’처럼 귀여운 말투를 주고받아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거든요. 우리 나름의 ‘지혜’랄까요?”
촬영을 알리는 슬레이트가 내려오고 얼마 안 돼 ‘학생 감독’은 ‘컷’을 외쳤다. 영화 담당 선생님의 자택 다락방에 모인 예닐곱 명 학생 영화팀은 작은 창고에서 여학생이 뛰쳐나오며 슬며시 웃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기자가 볼 때 학생 배우의 미소가 산뜻했지만 예리한 감독 눈에는 어딘가 아쉬운 모양. 거듭 ‘컷(NG)’을 외치는 모습에선 여느 기성감독 못지않은 치열함이 느껴졌다.
다시 반복한 학생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그제야 현장에 있는 모두 만족했다는 듯 ‘OK’ 사인을 주고받았다.
8일 오전에 방문한 지혜학교(교장 이남옥·광산구 박호등임로 485)는 학교 전체가 영화 세트가 되는 오픈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했다. 2009년 설립된 대안학교인 지혜학교는 기존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 입학한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년 전에는 수능 만점자를 배출하면서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규교육 과정과 달리 지혜학교는 철학수업, 해외봉사활동, 인문·철학을 접목한 연극공연, 도보기행 및 생태수업 등 이색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중 ‘영화제작’ 과정은 단연 인기 과목. 지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 영화제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 ‘안식의 조건’이 초청작으로 상영됐으며 올해 영화 ‘뚱딴지’가 대한민국 청소년미디어대전(KYMF)에서 400여 편과 경쟁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선배들이 좋은 결과를 이룬 것은 기쁘고 축하할 일이라 생각해요. 다만 후배로서 훌륭한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오죠. 지금은 조연출을 맡고 있는데, 팀원들과 의지하면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중입니다”
이날 ‘장구벌레가 머리에 붙어버렸어’라는 독특한 이름의 학생 영화팀은 작품 ‘한 발짝 더’를 교실에서 촬영 중이었다.
사라진 친구가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양아치’가 되기도 하고, 평범한 학생도 되는 시놉시스는 과장된 사건이 없지만 몰입감이 뛰어났다. 사전에 계획된 컷 씬에 따라 카메라로 점프하듯 ‘타임슬립(시간여행)’ 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다들 진지하게 응했다.
같은 시간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영화 선생님의 나무 다락방에서도 영화 ‘주인을 찾습니다’ 촬영이 이어졌다. 주인을 잃어버린 분실물들을 하나씩 모으던 주인공이 ‘진짜 친구’를 만나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자세한 시놉시스는 공식 개봉 후 필름으로 확인해달라”는 학생들의 말에서 꿈나무 영화인들의 패기 같은 게 엿보였다.
두 작품 모두 청소년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우정, 교우관계 등을 주제로 한다. 기성의 문체를 벗어난 학생들만의 방식으로 짜여진 시놉시스와 촬영 방식은 이채로웠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긴밀히 소통하면서 주변 소음, 들어오는 햇빛, 미세한 표정까지 세밀하게 체크했다.
이남옥 교장은 “학생들이 자아 성장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영화제작”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철학과 인문학 등 동아리 활동으로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혜학교는 광주시에 소재한 중·고교 통합과정(6년) 대안학교로 연극(3학년), 영화(4학년) 수업을 하며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해 왔다.
이날 촬영한 두 작품은 12월 2일(오후 7시) 광주독립영화관GIFT에서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촬영을 알리는 슬레이트가 내려오고 얼마 안 돼 ‘학생 감독’은 ‘컷’을 외쳤다. 영화 담당 선생님의 자택 다락방에 모인 예닐곱 명 학생 영화팀은 작은 창고에서 여학생이 뛰쳐나오며 슬며시 웃는 장면을 촬영 중이었다. 기자가 볼 때 학생 배우의 미소가 산뜻했지만 예리한 감독 눈에는 어딘가 아쉬운 모양. 거듭 ‘컷(NG)’을 외치는 모습에선 여느 기성감독 못지않은 치열함이 느껴졌다.
다시 반복한 학생의 연기는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그제야 현장에 있는 모두 만족했다는 듯 ‘OK’ 사인을 주고받았다.
8일 오전에 방문한 지혜학교(교장 이남옥·광산구 박호등임로 485)는 학교 전체가 영화 세트가 되는 오픈 스튜디오를 떠올리게 했다. 2009년 설립된 대안학교인 지혜학교는 기존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이유에서 입학한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수년 전에는 수능 만점자를 배출하면서 전국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규교육 과정과 달리 지혜학교는 철학수업, 해외봉사활동, 인문·철학을 접목한 연극공연, 도보기행 및 생태수업 등 이색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중 ‘영화제작’ 과정은 단연 인기 과목. 지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 영화제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 ‘안식의 조건’이 초청작으로 상영됐으며 올해 영화 ‘뚱딴지’가 대한민국 청소년미디어대전(KYMF)에서 400여 편과 경쟁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선배들이 좋은 결과를 이룬 것은 기쁘고 축하할 일이라 생각해요. 다만 후배로서 훌륭한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오죠. 지금은 조연출을 맡고 있는데, 팀원들과 의지하면서 부담감을 이겨내는 중입니다”
이날 ‘장구벌레가 머리에 붙어버렸어’라는 독특한 이름의 학생 영화팀은 작품 ‘한 발짝 더’를 교실에서 촬영 중이었다.
사라진 친구가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양아치’가 되기도 하고, 평범한 학생도 되는 시놉시스는 과장된 사건이 없지만 몰입감이 뛰어났다. 사전에 계획된 컷 씬에 따라 카메라로 점프하듯 ‘타임슬립(시간여행)’ 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다들 진지하게 응했다.
같은 시간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영화 선생님의 나무 다락방에서도 영화 ‘주인을 찾습니다’ 촬영이 이어졌다. 주인을 잃어버린 분실물들을 하나씩 모으던 주인공이 ‘진짜 친구’를 만나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자세한 시놉시스는 공식 개봉 후 필름으로 확인해달라”는 학생들의 말에서 꿈나무 영화인들의 패기 같은 게 엿보였다.
두 작품 모두 청소년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우정, 교우관계 등을 주제로 한다. 기성의 문체를 벗어난 학생들만의 방식으로 짜여진 시놉시스와 촬영 방식은 이채로웠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긴밀히 소통하면서 주변 소음, 들어오는 햇빛, 미세한 표정까지 세밀하게 체크했다.
이남옥 교장은 “학생들이 자아 성장을 도모하고 지역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영화제작”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철학과 인문학 등 동아리 활동으로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혜학교는 광주시에 소재한 중·고교 통합과정(6년) 대안학교로 연극(3학년), 영화(4학년) 수업을 하며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상영하는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해 왔다.
이날 촬영한 두 작품은 12월 2일(오후 7시) 광주독립영화관GIFT에서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728x90
반응형
'최류빈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세대 즐길 수 있는 크로스오버 음악 ‘김준수X두번째 달’ 12월 15일 (0) | 2023.11.15 |
---|---|
금남로에서 문화를 잇다…16~19일 ‘금남 인디주간’ 축제 (1) | 2023.11.15 |
영화 직접 만들어보는 ‘광주청소년영화학교’ (0) | 2023.11.12 |
핵의 변곡점 - 시그프리드 헤커 지음·천지현 옮김 (1) | 2023.11.12 |
서커스와 음악이 만났다…‘체어, 테이블, 체어’ (1) | 2023.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