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맞춤 휠체어 제작 김규리·김다희·강이섭·박예린 학생
사고로 다리 마비된 옆집 ‘깡이’ 보며 개발 결심
모션 캡처 활용한 반려견 신체 측정 앱 만들 것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 전체 평균 수명은 14.76세로 2010년 13.87세와 비교하면 10년 사이 약 1세 가량이 늘었다. 수명 증가와 함께 반려동물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 고등학생들이 노화와 후지마비를 겪는 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휠체어 제작에 나서 눈길을 끈다.
김규리(대광여고 3년)양과 김다희(설월여고 2년)양, 강이섭(광주고 2년)군, 박예린(동신여고 1년)양은 최근 ‘후지마비 반려견 맞춤 휠체어’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규리 양이 교내 동아리에서 기획한 반려견 휠체어를 수정·보완해나가는 중이다. 규리 양은 옆집에서 키우던 반려견 ‘깡이’와의 인연으로 휠체어 제작을 결심하게 됐다.
“깡이는 주인 아주머니 품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로 후지마비가 됐어요. 2kg도 되지 않는 소형견이다 보니 맞는 휠체어를 찾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저희 집을 오가며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아이가 좁은 카펫에서 움츠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유롭게 뛰놀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깡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아이들이 십시일반 모여 지금의 팀을 꾸렸다. 아이디어를 낸 규리 양은 제작총괄, 다희 양은 수학적 해석, 이섭 군은 3D 설계·프로그래밍, 예린 양은 제품 적용·피드백을 맡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사실 저희는 개가 아니니까 어떤 휠체어가 가장 편한지 잘 모르잖아요. 사람이 직접 체험해봐야 어떤 모양과 무게일 때 가장 편한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몸으로 실험해보게 됐죠. 이 과정에서 자기 몸처럼 무거운 휠체어를 끌고 다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었어요.”
규리 양은 이 경험을 통해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불편함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고마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 신체를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려견을 위해 애니메이션에서 쓰이는 ‘퍼포먼스 캡처(모션 캡처)’ 방식을 활용한 반려견 신체 측정 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안타깝게도 깡이는 휠체어 제작이 완성될 즈음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깡이처럼 움직임에 불편함을 겪는 개들을 생각해서라도 계속해서 연구할 거에요. 이 활동이 많이 알려져서 저희와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우리가 살아가는 미래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랍니다.”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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