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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류빈기자

좋아하는 것 오래하며 ‘살아남는 것’의 가치를 찾다

by 광주일보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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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인디뮤지션 ‘예술적 만남’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 관람 후
가수·출연진 초청 미니 시네콘서트

영화 상영 후 광주극장 2층 조붓한 로비에서 공연이 열렸다. 가수이자 배우 김일두가 노래하는 모습.

21세기에도 영화가 시작할 때면 ‘징’을 치는 극장. 직접 그린 손간판을 입구에 내걸고 관객들을 기다리는 극장.

많은 것들이 쉽게 변해가는 요즘, ‘버텨내고 존재한다’는 간단한 말은 듣기 좋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다. 변화무쌍한 세태에 본래의 가치를 지켜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광주 시민 곁에 자리하며 100년사를 바라보고 있는 광주극장과 위기에 처해 있는 인디뮤지션을 초점화한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지난 7일 저녁 광주극장에서 열린 ‘광주극장 커밍홈’은 1일 개봉한 ‘버텨내고 존재하기’를 관람한 뒤 가수·배우인 출연진이 미니 콘서트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GV(게스트 초청)와 콘서트에 앞서 먼저 영화 상영이 있었다. 스크린과 객석 거리가 널찍한 광주극장에는 멀티플렉스·상업영화관과 다른 매력이 있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지역 최고(最古) 극장인 ‘광주극장’의 매표소, 영사실, 상영관, 사무실, 계단, 복도 등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총 8팀의 인디 뮤지션들이 스크린 속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시네콘서트’를 표방하는 작품인데, 세계 최대 음악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서 초청공연을 진행했던 최고은이 기획했다.

“처음에는 소규모 온라인 상영을 위해 제작했어요. 그런데 광주극장과 인디 뮤지션들의 어려운 상황 등을 알게 됐고 판을 키워 완결성 있는 영상물로 만들었죠. 이후 2022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작품상,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어요. 올해도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 등으로 오르면서 주목받았구요”

영화는 광주극장 2층 복도에서 뮤지션 ‘김일두’가 중저음의 포크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1~2층 사이 층계참에서 김사월은 ‘확률’을 불렀는데, 애잔한 목소리가 고즈넉한 공간을 가득 채웠다. ‘불나방쏘세지클럽’, ‘최고은’, ‘주소영’, ‘아마도이자람밴드’과 ‘곽푸른하늘’, ‘정우’,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등도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영화는 여기까지, 영사기가 멈추자 관객들은 일제히 광주극장 2층에 모였다. 조붓한 로비에는 반짝이는 알전구와 마이크 하나가 전부였지만 영화와 음악 애호가들로 가득 차 생기가 돌았다. 방금까지 2D 스크린 속에서 노래하던 뮤지션들이 GV를 진행할 때는 눈앞에 있어서 3D 영화를 보는 듯햇다.

영화에서도 오프닝 공연을 맡았던 부산 중구 출신 김일두는 콘서트 막을 열며 “이제 광주에서 첨단 09번 버스도 혼자 탈 만큼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텨내고 존재한다’는 말의 참뜻은,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면서 그저 ‘살아남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후한 목소리로 ‘뜨거운 불’을 불렀는데 스크린에서 듣는 것과 다른 매력이 있었다. 배우이자 가수로서 필모그래피와 디스코그래피를 동시에 써 내려가는 영화 출연진들의 예술적 시도가 신선했다.

한편 인디뮤지션 버둥이 출연할 때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그녀는 “대중의 기호에 맞는 음악과 나의 음악적 소신 사이에서 갈등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고민되고 흔들리기도 한다”라며 “힘든 시기가 많았지만 꿋꿋히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곁에 있는 동료들 덕분이었다”고 ‘버텨내고 존재함’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대미는 영화기획과 사회를 맡은 뮤지션 김고은이 장식했다. 서정적인 가사에 포크기타의 선율이 더해져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세 뮤지션의 레퍼토리는 삼인 삼색. 저마다의 방식으로 힘겨운 예술계에서 ‘버텨내고 존재해 왔다’는 점은 세 예술가를 달리 보게 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인디뮤지션과 광주극장은 한 폭의 정경화로 어우러지며 ‘버텨낸다’와 ‘존재한다’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주목받기 힘든 인디씬 뮤지션들은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수식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아가는 것이 숙명.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단관극장인 광주극장도 언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며칠 전 60년간 원형을 유지해 오던 원주아카데미극장이 기습 철거된 일과 맞물려, 이날의 행사는 뜻 깊게 다가왔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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