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 ‘세종솔로이스츠&이안 보스트리지-뤼미나시옹’ 공연
11일 무안 남악 남도소리울림터…12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영국의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1913~76)은 프랑스 문호 랭보의 미완성 산문 시집에 ‘일뤼미나시옹’이라는 제목을 붙인 연가곡(連歌曲·시에 노래를 붙인 가곡)을 만들었다.
‘채색된 삽화’를 일컫는 ‘일뤼미나시옹’은 랭보의 초현실적이면서 환상적인 스타일이 브리튼의 악곡에 녹아있다는 예고처럼 다가온다.
이 같은 연가곡에서 모티브를 얻은 공연이 펼쳐진다. 오는 11일 남도소리울림터(무안 남악·오후 4시), 12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오후 5시)에서 연이어 선보이는 ‘세종솔로이스츠&이안 보스트리지-일뤼미나시옹’이 바로 그것.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우수공연의 일환으로 열리며 (사)세종솔로이스츠가 주관한다.
낭만과 우울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는 평을 받는 프랭크 브릿지의 ‘왈츠 인터메조’가 막을 연다.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의 탄주에 어우러지는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인 곡.
앤드류 노만의 ‘바이올린 8중주를 위한 그란 투리스모’도 들을 수 있다. 레이싱 비디오게임 ‘그란투리스모’를 플레이하던 룸메이트에게서 영감을 얻은 작품인데, 여덟 대 현악기를 레이싱하듯 속주한다. 중간마다 단조 음정이 자아내는 불안감은 현실을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바로크와 현대 기법의 극적 만남이 돋보이는 곡.
고전주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하이든 ‘교향곡 45번 작별’도 울려 퍼진다. 과감한 시도도 이어지는데, 마지막 악장에 이르러서는 ‘작별’이라는 주제에 맞춰 연주자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충격적인 연출을 보여줄 예정이다.
브리튼은 애인이자 그의 음악적 페르소나였던 테너 피터 피어스와 함께 이 작품을 연주하고 녹음했다. 따라서 테너 곡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일찍이 서울시립교향악단 소프라노 등이 부르면서 음역대에 국한되지 않는 곡의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곡의 타임라인은 ‘팡파레’를 시작으로 불안한 도시들을 호명하는 ‘도시들’ 대목, ‘문장&고대양식’, ‘바닷가’, ‘퍼레이드’ 등 순이다. 축제가 열리는 마을 바닷가를 걸으며 퍼레이드를 즐기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가 전편에 흐른다.
한편 세종솔로이스츠는 1994년 줄리아드 음대 강효 교수가 한국을 주축으로 8개국 출신의 최정상급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현악 오케스트라를 창설하면서 만들어졌다. 그동안 카네기홀, 케네디 센터, 파리 살 가보 등 세계 120개국 이상의 도시에서 600회 넘는 공연을 선보여 왔다.
테너 이안 보스트리치는 케임브리지 철학 석사, 옥스퍼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연주, 집필, 강의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카네기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스칼라 극장 등 유수의 공연장은 물론 에든버러, 빈 등에서 리사이틀을 진행했다.
광주예술의전당 모성일 홍보마케팅팀장은 “이안보트리지는 29세 늦은 나이에 성악가의 길을 걸으며 꾸준히 콩쿠르에서 수상한 음악가,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학자이기도 하다”며 “이번 공연에는 특유의 미성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더해져 수준 높은 공연을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1만 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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