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편’에는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이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만나는 기쁨과 인연의 소중함을 의미한다.
옛날과 달리 사회가 많이 달라졌지만 친구의 본질적인 뜻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오늘날 친구의 정의와 범위, 관계 양상 등은 예전과 달라진 면이 있다. 사회 트렌드와 맞물려 있지만 우선 친구의 범위와 관계가 다양해졌다. 사람을 떠나 애완동물, 꽃, 나무, 자연 등 친구가 다양해졌고 관계 맺는 방식도 개인에 따라 상이하다.
김해성 작가의 전시 ‘좋은 친구들-Good Friends’전을 보고 있으면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림이 주는 편안함과 여유 때문이다.
ACC 디자인호텔 갤러리 1층에서 내년 2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친구의 의미를, 그것도 좋은 친구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동화적이며 환상적인 그러면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특유의 화풍은 이번에도 여전한다. 어디서 보아도 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선이 부드럽고 둥글둥글하다.
작품들에는 소녀나 젊은 여인이 등장한다. 한결같이 친근한 미소와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소녀들은 모두 행복하다. 그리고 작품마다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인물들이 제각기 동물이나 새, 꽃 등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꽃과 식물은 마치 소녀가 입고 있는 옷처럼 편안하고 화사하다.
작가가 상정하는 ‘좋은 친구’의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친구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가까이 그리고 옷처럼 편안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대상을 말하는 것 같다.
그림 속에는 동물과 동물이 친구이며, 꽃과 꽃이, 식물과 식물이 모두 친구다. 개와 고양이, 새와 여우 등 특별히 친소관계가 따로 없어 보인다. 동물은 꽃과 친구이며, 새 또한 동물과 친구이다.
복잡다단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친구가 달라지는 현대인들에게 작가의 ‘좋은 친구들’은 한번쯤 친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는 익숙하지만 잊고 있었던 친구의 의미를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라며 “밝고 환한 기운을 통해 좋은 친구를 만나고 좋은 친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퀠른아트페어, 아트베이징(북경), 중앙미술대전 수상작가초대전 등 개인전 29회를 개최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 선과 색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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