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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답사기 1 - 김시덕 지음

by 광주일보 2023.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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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대의 흔적들…도시의 끝자락에서 바라본 한국

“아파트와 빌라 외벽에 적힌 글씨체들도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개성을 달리하는 훌륭한 답사 대상입니다. 1990년대 이후 건설 회사의 이름을 붙인 브랜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개성 있는 아파트 글자가 주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문서 프로그램들이 보급되면서 개성 있는 간판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한국 전역을 뒤덮었다가 사라져 가는 개성 있는 간판과 아파트 글자를 기록하는 것은, 여러분이 손쉽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도시 답사 방법입니다.”(본문 중에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아파트의 중정 (2022년 4월)

일상에서 도시를 읽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간판을 보는 것이다. 눈에 잘 띌 뿐 아니라 당대의 시대상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세탁소를 비롯해, 부동산, 슈퍼, 미용실, 이발소 등의 간판은 서민들의 일상과 밀접하다. 이들 간판들은 시대에 따라 글자체나 디자인도 다르다. 간판을 보면 도심의 분위기와 내력 등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네 근처에서 먼 지방까지 다니며 도시 곳곳을 기록하는 도시 답사가가 있다. 물론 촬영도 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를 역임한 김시덕 박사는 지나간 시대의 흔적과 자취를 추적한다.

김 박사가 최근 펴낸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답사기 1’은 도시의 끝자락에서 산촌, 어촌까지를 바라본 현재진행형의 한국을 담고 있다.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탐구하고 예측하는 도시문헌학자답게 저자는 전국의 골목을 누비며 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금까지 펴낸 ‘서울 선언’, ‘갈등 도시’, ‘대서울의 길’ 등은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저자는 도시 답사를 매개로 오늘의 삶은 물론 다음 세대에 살아갈 존재들을 호명한다.

도심 골목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간판 가운데 하나는 세탁소다. 이름 중에는 ‘컴퓨터’나 ‘컴퓨터크리닝’이라는 말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당연히 컴퓨터가 내장된 세탁기로 정확하게 세탁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세탁소에 그와 같은 이름을 넣는 나라는 거의 없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 ‘컴퓨터크리닝’이라는 간판을 보고 컴퓨터를 수리해주는 곳으로 착각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저자가 조사한 간판 중에 가장 많은 호칭의 업종은 슈퍼마켓이다. “슈퍼마켓으로 분류되는 동네 소매점이 전국적으로 100가지 넘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80년대 제작된 슈퍼마켓 간판 가운데는 ‘수퍼마ㅋㅔㅌ’이라는 ‘ㅌ’ 받침 표기가 있다. 이러한 간판에는 글씨 양 옆에 간판을 제작해 준 업체의 상표가 새겨져 있다. 저자는 요즘 주류 업체들이 식당 메뉴판을 제작해주면서 회사 상품을 노출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수퍼마ㅋㅔㅌ’은 ‘콤퓨터’처럼 예전 외래어 표기법을 따른 것이다.

오늘의 한국사회를 읽는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는 ‘아파트’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할 만큼 아파트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다. 그러나 아파트는 반드시 단지로 건설되는 것만이 아닌 한두 개 동만 지어지는 형태도 있다.

저자는 아파트가 폐쇄적인 생활방식을 만들어낸다고 비판받지만 이것은 몇몇 폐쇄형 단지에만 해당한다고 본다. 한두 동의 독립형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생활의 상당 부분을 주변 지역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단절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카드나 비밀번호가 있어야 진입할 수 있는 고층 단지들은 분리된 삶의 형태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책에는 시민예술, 화분과 장독대, 개량 기와집, 버스 정류장 등과 같은 카테고리를 매개로 한 도시 탐사 내용도 담겨 있다. 길을 오가며 매번 접하지만 대부분 스쳐가는 풍경들이다.

또한 저자는 도시의 경계를 넘어 ‘문명 충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농민 대 어민·화전민, 도시 대 농촌 등의 ‘대립’ 등을 보며 오늘 우리의 삶과 내일을 예견한다.

한편 책에는 저자가 전국을 누비며 찍은 풍부한 사진 자료들이 수록돼 있다. 아울러 주요 답사지를 구글 지도에서 볼 수 있는 QR코드를 배치해 가까운 곳부터 걸어 볼 수 있도록 했다. <북트리거·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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