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김천천·지혜·선정 남매
전국장애인체전 나란히 2관왕
금메달 10개 진기록 나올수도
투혼으로 뭉친 삼 남매가 떴다.
14년만에 전남 일원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진기록이 나왔다. 삼 남매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금메달을 6개나 수확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천천(23·광주시장애인육상협회)과 지혜(17·광주여고)·선정(16·광주세광학교) 삼 남매이다. 이들은 지난 4일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43회 장애인 전국체전’ 육상 경기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은 데, 이어 5일에도 각각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에 올랐다.
삼 남매 모두 시각장애 선수로 트랙과 필드에서 금메달 6개를 합작한 것이다.
김천천은 F13(시각장애) 남자 창던지기에서 30m4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시각장애 선수인 김지혜 역시 F13 여자 창던지기에서 21m27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막내 김선정은 필드가 아닌 트랙에서 여자 T13(시각장애) 400m 우승(1분19초70)을 차지했다.
5일에는 김천천이 남자 원반 던지기에서 1위에 올랐고, 동생 김지혜 역시 여자 원반 던지기에 출전해 금메달을 수확했다. 트랙 종목에 출전한 김선정 역시 여자 100m에서 1위로 골인하며 정상을 차지했다.
이들의 투혼이 빛나는 이유는 선천적 장애를 운동으로 극복하며 꾸준히 노력한 끝에 놀라운 기록을 합작했다는 데 있다. 천천이를 비롯한 가족 8명 중 3명이 선천성 시각장애가 있다. 특히 1남 5녀 중 절반이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2000년생으로 큰아들인 천천은 중학교 시절 합기도 등 다양한 운동을 꾸준히 하며 장애인 스포츠 선수로서의 꿈을 키워왔다. 고등학교에서 육상 선수로 진로를 정한 그는 조선대에 진학 후에도 특수교사의 꿈과 함께 운동을 놓지 않으며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성과를 꾸준히 이어왔다.
김천천은 2018년 38회 대회에서 원반던지기 금메달로 첫 메달을 획득했고, 이듬해 39회 대회에선 창던지기로 금메달을 수확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1년 41회 대회에선 창던지기(금메달)와 원반던지기(은메달), 포환던지기(동메달) 등 세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그는 2023년 42회 대회에서 창던지기 금메달 한 개를 더 추가하며 육상 필드계 스타로 자리 잡았다.
2006년생 김지혜는 지난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원반던지기·창던지기·포환던지기에서 3관왕을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것도 세 종목 모두 한국신기록이었다.
김지혜는 이번 대회에서도 창던지기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다섯째인 김선정까지 처음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무서운 삼 남매의 탄생을 알렸다.
경기 후 김천천은 “같은 필드 종목 선수인 (김)지혜에게는 자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김)선정이는 예전에 내가 트랙경기를 했던 경험을 살려 조언해주고 있다”며 “함께 출전해서 모두 금메달을 따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의 투혼을 지켜본 어머니 박수진씨는 “천천이가 운동을 하는 걸 보고 동생들이 영향을 받아 운동을 하게 됐는데 장애를 잘 극복하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랙은 괜찮은데 필드는 아슬아슬하다”며 “제발 다치지만 말기를 바랐는데 좋은 성과를 내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전남도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이들 삼 남매의 투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천천이와 지혜가 7일 각각 포환던지기 종목이 남아있고, 선정이는 7일과 8일에 각각 여자 200m와 여자 10㎞ 마라톤이 남아 있어 9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 금메달을 따내는 진기록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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