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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24명 숨졌는데…중대재해 사법처리 ‘하세월’

by 광주일보 2023.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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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2개월 광주·전남 21건 발생 …수사 더뎌 송치 5건에 기소 1건 뿐
법 적용 1호 ‘여천NCC 사고’ 송치 이후 10개월째 검찰에서 수사 중
재판도 지지부진…정부 내년 확대 적용 유예 움직임에 노동계 반발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사법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 검찰, 법원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강력한 처벌조항을 마련해 산업현장 중대재해를 막겠다는 입법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1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노동청)에 따르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 1월 27일부터 광주·전남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중 21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년 10개월 동안 광주·전남에서 21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총 24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5건에 불과하고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단 1건 뿐이다.

중대재해는 산업현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혹은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 2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도 중대재해에 해당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서 중대재해 수사를 전담하는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수사한다.

하지만 실제 송치율 기준 사건처리율은 23.8%에 그쳤고 16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사건처리율이 지난 2021년 63.7%였던 것과도 큰 차이가 난다. 그만큼 노동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 속도가 더디다.

근로감독관의 경우 업무상 한계 때문에 중대재해와 관련한 방대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 수사 인력이 아니다 보니 원청업체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위반죄 성립과 함께 중대재해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도 보완수사 요청이 잦아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막상 사건이 검찰에 넘어가도 ‘하세월’이다. 광주·전남의 중대재해 중 검찰에 5건이 송치됐지만 한 건만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전남 중대 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업장인 ‘여천NCC’사고는 송치 이후 10개월째 검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9일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여수공장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4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여천NCC’ 대표는 사고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1월에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됐지만, 사고 책임 여부를 규명하지 못해 아직 기소되지 않고 있다.

재판에 넘겨져도 심리가 지연되기 일쑤다.

지난해 4월 20일 광양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에서 작업 중에 금속파이프에 끼여 숨진 하청노동자 사건에 대해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지난 5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사건을 넘겼지만, 첫 재판도 열리지 않고 있다.

애초 지난달 17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기일이 변경돼 오는 14일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노동계에서는 정부와 수사기관, 사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시행 3개월 앞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적용에 대해 추가유예의 방침을 내놓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은 더 거세다.

권오산 민주노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면서 “빠른 사법처리로 사용자의 안전에 대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수사와 사법처리가 늦어져 예방효과가 실종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사법당국도 산업현장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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