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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울기자(그라운드 톡톡)

무색무취 야구에…‘야구 명가’ 자존심도 무너졌다

by 광주일보 2023.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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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뿔난 팬심’ 달랠 수 있을까
선수 관리 실패로 부상 악재
중요한 순간마다 줄부상에
외국인 투수 농사까지 실패
김종국호 불신 갈수록 커져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 절실

지난 10일 SSG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종국 감독. <KIA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가 ‘뿔난 팬심’을 달랠 수 있을까?

KIA는 2023시즌을 6위로 마감하면서 ‘가을잔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면서 체면치레는 했지만 올 시즌에는 4승 12패의 열세를 기록한 두산베어스에 밀려 5강 탈락의 쓴잔을 들었다.

사실 지난 시즌도 뒤끝이 개운치는 못했다. 5강 턱걸이를 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KIA는 예상과 달린 KT를 상대로 2-6패로 하루 만에 가을을 마감했다. 타선의 집중력도 아쉬웠지만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투수 교체 실패로 승기를 내주며 KIA의 가을은 허무하게 끝났다.

올 시즌 KIA는 더 높은 곳을 예고했지만 결과는 5강 탈락이었다. 6위라는 결과도 결과지만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무색무취’ 야구, 선수단 관리와 맞물린 줄부상에 팬심이 들끓고 있다.

올 시즌을 돌아보면 ‘부상’과 ‘이닝’이 KIA의 키워드가 됐다.

타석에서는 부상이 가장 큰 이슈였다.

시즌 시작부터 부상 악재를 만났다. 김도영이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두 경기만에 재활군이 됐고, WBC 대표팀에 발탁됐던 나성범은 대회기간 입은 종아리 부상 여파로 6월 23일 뒤늦게 시즌을 열었다.

시즌 초반 부상은 어쩔 수 없던 악재였더라고 하더라도 시즌 막판 이어진 줄부상은 ‘관리’ 측면도 들여봐야 하는 ‘실패’다.

KIA는 나성범, 최형우, 박찬호가 연달아 시즌 아웃이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관리’가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다.

나성범은 9월 19일 LG와의 경기에서 적시타를 치고 나간 뒤 김선빈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 진루를 시도하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기복 많은 시즌, 팀의 역전까지 노려보기 위해 달렸던 나성범이지만 결국 ‘이겨보려다’가 시즌을 마무리 하게 됐다.

나성범은 앞서 9월 10일 LG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아 오른발 새끼발가락을 다쳤다. 병원 검진 결과 뼈 타박 진단을 받아 한숨을 돌렸지만 팀 순위 싸움을 위해 몸 상태가 완벽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격 전면에 서야 했다. 그리고 18일에는 수비까지 맡아 외야로 나갔다. 김종국 감독은 자신이 예고했던 시점보다 빠르게 나성범을 수비에도 투입했고, ‘우익수 나성범’ 카드는 이틀 만에 사라졌다.

“후배들과 가을 야구를 하는 게 목표”라면서 타석에서 고군분투했던 최형우도 순위 싸움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 1루 전력 질주를 하다가 쓰러졌다.

박찬호는 부상 투혼 속 부상이었다. 손가락 인대 부상으로 타석에서 이탈했던 박찬호는 예정보다 빠르게 다시 방망이를 들고 KIA 공격에 불을 붙였지만 결국 사구에 쓰러졌다.

주축 선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된 운영과 긴박했던 순위 싸움으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결국 중요한 순간에 줄부상이 발생했다.

리그 전체가 부상으로 유난했던 시즌을 보냈지만 유독 ‘부상’에 취약했던 KIA는 선수층 강화, 효율적인 전력 운영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타자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승패가 엇갈린 ‘무색무취’의 야구에 대한 고민도 남았다.

마운드에서는 ‘이닝’에 KIA의 질주가 막혔다. 올해도 외국인 투수 농사가 실패했다. 2년 연속 시즌 중반 외국인 투수 두 명을 전면 교체하는 상황을 맞았고, 그 결과도 시원치 않았다.

‘고졸 루키’ 윤영철이 122.2이닝을 소화하면서 팀 내 이닝 3위, 불펜 투수 임기영이 82이닝을 던지면서 파노니(82.1이닝)에 이어 5위에 랭크되는 웃지 못할 성적표가 만들어졌다.

자원도 아쉽지만 ‘구슬을 꿰는’ 벤치의 역할도 부족했다. 상황과 상대라는 외부 상황, 컨디션이라는 내부 상황까지 세밀하게 고려한 투입과 교체에 실패하면서 KIA는 5강 싸움에서 졌다.

3년이라는 시간을 약속받은 ‘김종국호’는 지난 2년 선수들 면면을 활용한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오히려 뒷걸음질 친 2023시즌이 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불신’의 시선이 크다.

시즌에 앞서 장정석 단장이 ‘금품 요구 논란’으로 해임되는 등 그라운드 밖 악재도 있었고,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KIA팬들은 이의리의 황당한 탈락과 최원준의 부상으로 속을 끓였다. 시즌 막판에는 가장 열정적으로 가을 야구를 위해 달리던 선수들이 연달아 쓰러졌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무기력한 팀이 됐던 만큼 팬들에게는 상처만 남은 시즌이 됐다.

뼈를 깎는 노력과 반성, 쇄신이 없다면 KIA의 미래도 없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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