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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키 크는 주사 오인 탓?…남발되는 성조숙증 치료

by 광주일보 2023.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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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어린이 환자 6년새 65% 급증…과잉 진료·치료제 남용 우려
치료 대상 아닌데도 “주사 놔 달라” 생떼 쓰는 부모 늘어 의료진 골머리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에서 ‘성조숙증’ 치료를 받은 어린이 환자가 6년 새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조숙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도 있지만, 부모들이 성조숙증 치료제를 ‘키 크는 주사’로 오인해 무작정 병원을 찾고 있는 것도 환자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실비보험이 적용된다고 알려져 자녀가 치료 대상이 아닌데도 ‘주사를 놔 달라’며 생떼를 쓰는 부모도 늘어 의료진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2일 오전 10시께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동구 조선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앞에는 성조숙증 관련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으려고 15명이 대기했다. 같은 병원에 있는 다른 소아과 진료실은 비교적 한산했다.

성조숙증은 어린 나이에 2차 성징, 즉 사춘기가 일찍 오는 증상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키가 덜 자랄 수 있다. 치료 방법으로는 생식샘자극호르몬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호르몬 주사제(GnRH-agonist)를 놓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정모(여·37)씨는 “딸(9)의 키가 또래보다 크고 2차 성징이 발현되는 것 같다”며 상담을 받기 위해 이날 조선대병원을 찾았다.

정씨는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성조숙증 관련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 우리 딸도 걱정돼 병원에 왔다”며 “아이가 성장이 일찍 멈춰버릴까 걱정되기도 하고, 올해가 지나면 보험료 적용을 받지 못하니 제 때 검사를 받으려고 상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개방포털 통계에 따르면 광주에서 성조숙증(조발사춘기) 치료를 받은 인원은 2018년 4226명, 2019년 3727명, 2020년 4742명, 2021년 5128명, 2022년 5486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남에서도 치료 인원이 2018년 1356명, 2019년 1539명, 2020년 2841명, 2021년 3659명, 2022년 3792명으로 증가세다.

환자 수가 늘어난 원인으로는 성조숙증의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소아비만이 늘고 있는 점,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내분비계 교란이 늘고 있는 점 등이 꼽힌다.

부모들 사이에서 성조숙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진료를 많이 받게 되고, 환자 수 또한 덩달아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성조숙증 치료제가 ‘키 크는 주사’로 잘못 알려지면서 과잉 진료 및 치료제 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치료제를 ‘키 크는 주사’로 인식하고 치료 대상이 아닌데도 비급여로라도 치료제를 맞으려는 이들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자녀가 검사결과 성조숙증 환자가 아닌데도 치료제를 놔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며 “치료 조건을 상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조숙증 치료 대상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으므로 무작정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분비검사를 거쳐 황체화호르몬(LH), 난포자극호르몬(FSH) 농도를 측정해 일정 기준을 넘어야만 치료 대상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보험 급여 또한 이 기준을 충족해야만 받을 수 있다.

또 성조숙증을 앓고 있지 않는 어린이에게 치료제를 처방할 경우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무리하게 진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찬종 전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조숙증 치료제는 너무 이른 시기에 사춘기를 겪게 되는 어린이들에게 투여해 사춘기 시기를 또래와 비슷하게 맞춰주는 효능이 있다. 무조건 키가 자라지는 않는다”며 “성조숙증 치료제를 남용하지 않으려면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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