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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시원으로 회귀하는 비밀 통로 하나쯤 가져보자
![](https://blog.kakaocdn.net/dn/bk3ahh/btsw8iau6t2/rF6J78ihxCQC3mhdiwO3I1/img.jpg)
최 윤 소설가는 언젠가부터 ‘마중물 통장’을 만들어 사용중이다. 좋은 문화 계획안을 들고 온 청년들을 도와주고는 싶지만 금전적인 사정이 여의치 못하니 ‘지인들’을 소개하고는 하는데, 자신 때문에 예정에 없던 돈을 쓰게 된 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현으로 작가는 그 통장에 적은 금액이나마 넣는다. 어른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 ‘꽃잎’의 원작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의 작가로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최 윤이 산문집 ‘사막아, 사슴아’를 펴냈다. “그냥 스러져버릴 일상의 감흥을 솔직하게 쓰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써 내려간 글 37편을 묶어낸 책으로 첫 산문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 이후 30년만에 나왔다.
소박한 일상과 여행, 문학 등에 대해 쓴 글은 ‘인생유행(人生遊行)’, ‘사막아, 사슴아’, ‘빛이 머무는 동안에’ 등 3부로 나눠 실었다.
다수의 모임이 정지된 팬데믹 기간에 그는 ‘속닥속닥 식사 모임’을 진행했다. 자신이 열 가지 남짓한 레시피를 익혀 한 번에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고, 오해와 소통의 부재로 껄끄럽게 된 지인 등과 1대 1 많아야 1대 2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을 열어놓는 모임이다. ‘맛있는 식탁 앞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는 앙리 드 몽테를랑의 말에 동의하는 그는 레시피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성인이 된 아들과 1년에 한 두번 떠나는 둘 만의 여행은 “‘왜?’로 시작되는, 혹은 ‘하지 마’로 끝나는 잔소리를 지양”하며 서로의 취향을 맞춰가는 의미있는 연례행사다.
사막에 대한 화보와 책을 읽고 여러 종류의 사막을 방문해 한 때 ‘사막 전문가’였던 그는 “온 존재의 시원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는 사막의 순수한 비어 있음”을 이야기하며 누구나 아주 멀어진 시원으로 회귀하는 비밀의 통로를 하나쯤 가져보라고 권한다.
작가가 풀어놓는 작가론도 흥미롭다. ‘이별(離別)에게’ 등의 시를 통해 김현승을 들여다본 ‘사계절의 만란한 풍경처럼’, 알베르 카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카빌리의 사람들’ 등이다.
그가 책에서 언급한 책들도 눈길을 끈다.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은 조르쥬 페렉의 ‘인생 사용법’,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사일런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한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사랑의 사막’,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이다.
책에는 또 2019년 캘리포니아대학교 한국학과에서 진행한 ‘현대를 극복하는 공감과 환대’, 2021년 서울국제작가축제 폐막 강연 ‘문학과 함께 달라질 세상에서-더 나은 인간성의 격을 문학에 기대하며’도 실렸다.
<문학과 지성사·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영화 ‘꽃잎’의 원작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의 작가로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최 윤이 산문집 ‘사막아, 사슴아’를 펴냈다. “그냥 스러져버릴 일상의 감흥을 솔직하게 쓰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써 내려간 글 37편을 묶어낸 책으로 첫 산문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 이후 30년만에 나왔다.
소박한 일상과 여행, 문학 등에 대해 쓴 글은 ‘인생유행(人生遊行)’, ‘사막아, 사슴아’, ‘빛이 머무는 동안에’ 등 3부로 나눠 실었다.
다수의 모임이 정지된 팬데믹 기간에 그는 ‘속닥속닥 식사 모임’을 진행했다. 자신이 열 가지 남짓한 레시피를 익혀 한 번에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고, 오해와 소통의 부재로 껄끄럽게 된 지인 등과 1대 1 많아야 1대 2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을 열어놓는 모임이다. ‘맛있는 식탁 앞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없다’는 앙리 드 몽테를랑의 말에 동의하는 그는 레시피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성인이 된 아들과 1년에 한 두번 떠나는 둘 만의 여행은 “‘왜?’로 시작되는, 혹은 ‘하지 마’로 끝나는 잔소리를 지양”하며 서로의 취향을 맞춰가는 의미있는 연례행사다.
사막에 대한 화보와 책을 읽고 여러 종류의 사막을 방문해 한 때 ‘사막 전문가’였던 그는 “온 존재의 시원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는 사막의 순수한 비어 있음”을 이야기하며 누구나 아주 멀어진 시원으로 회귀하는 비밀의 통로를 하나쯤 가져보라고 권한다.
작가가 풀어놓는 작가론도 흥미롭다. ‘이별(離別)에게’ 등의 시를 통해 김현승을 들여다본 ‘사계절의 만란한 풍경처럼’, 알베르 카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카빌리의 사람들’ 등이다.
그가 책에서 언급한 책들도 눈길을 끈다. ‘내 인생의 책’으로 꼽은 조르쥬 페렉의 ‘인생 사용법’,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사일런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한 일본의 대표적인 기독교 작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사랑의 사막’, C.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이다.
책에는 또 2019년 캘리포니아대학교 한국학과에서 진행한 ‘현대를 극복하는 공감과 환대’, 2021년 서울국제작가축제 폐막 강연 ‘문학과 함께 달라질 세상에서-더 나은 인간성의 격을 문학에 기대하며’도 실렸다.
<문학과 지성사·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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