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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문향(文鄕)의 도시로…‘광주문학관’ 문 연다

by 광주일보 2023.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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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논의 시작한지 18년만…각화동 시화문화마을커뮤니티센터에 자리
22일 개관 앞두고 프리뷰 행사…마한부터 80년 오월 문학까지 한눈에
광주문학 역사를 표현한 기획전시실(사진 위)과 5월 문학 자료가 비치된 상설전시장 모습.

오는 22일 개관하는 ‘광주문학관’ 전경. <광주문학관 제공>

문학관은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가 응결된 공간이다. 지역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문화관광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인과 관련된 자료 보관소의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얘기다. 창작활동 외에도 사유와 사유,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문향(文鄕) 광주에 첫 문학관이 문을 연다.

지난 2006년 건립 논의를 시작한 지 18년 만에 광주문학관(북구 각화대로 93·이하 문학관)이 오는 22일 개관한다. 지역 문학인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문학관이 십 수 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된 것. 특히 세종시를 제외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유일하게 문학관이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들었던 광주에 첫 들어선 문학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학관은 북구 각화동 시화문화마을커뮤니티센터에 자리한다. 지상 4층 규모로 상설 및 기획전시실과 도서 및 영상자료실, 세미나실, 다목적 홀, 카페, 도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22일 개관을 앞두고 진행된 프리뷰 행사에서는 시설, 개관 행사, 향후 프로그램 등 전체적인 문학관에 대한 현황을 듣는 자리였다.

당초 시화문화마을은 지난 2004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를 추진했던 곳이다. 시는 지난 2018년 문학관건립 기본계획 보고회를 개최해 시화문화마을을 1순위 부지로 선정했다. 이후 커뮤니티센터를 증개축 해 현재의 4층 문학관 건물을 완공하기에 이르렀다. 인근에는 미술관을 비롯해 청소년문화의집, 각화저수지 수변공원 등이 있어 이들 문화공간과의 연계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먼저 기획전시실에서는 광주문학연대기를 입체적 미디어아트로 만날 수 있다. 3면으로 구성된 미디어아트는 광주 출신 또는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시인들의 빛나는 작품과 조우한다.

“설만들 이대로 가기야 하랴마는/ 이대로 간단들 못 간다 하랴마는// 바람도 없이 고이 떨어지는 꽃잎같이/ 파란 하늘에 사라져버리는 구름족 같이”(박용철의 ‘이대로 가랴마는’)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이수복의 ‘봄비’)

“등불을 끄고 자려하니/ 휘영청 창문이 밝으오// 문을 열고 내어다 보니/ 달은 어여쁜 선녀같이/ 내 뜰 위에 찾아온다”(김태오의 ‘달밤’)

미디어아트로 만나는 문인들의 명시는 그 시대의 감성을 선사한다. 오늘의 관점에서 읽어도 전혀 고루하지 않고 새로운 맛과 의미를 환기한다.

상설전시장은 마한시대부터 1980년 오월문학까지를 아우른다. 시대 순으로 정리된 지역문학의 흐름은 물론 근현대문학을 일궈온 작가들의 문학세계, 광주문학의 시대정신과 그 뿌리 등을 톺아볼 수 있다.

또한 광주를 대표하는 4대 문인과 시대 정신을 담은 오월문학 주제관도 만날 수 있다. 순수시를 개척한 박용철 시인, 고독과 커피와 눈물의 김현승 시인, 현대시조의 개척자 정소파, 남도를 대표하는 저항시인 문병란의 삶과 문학세계를 둘러볼 수 있다.

문학관이 향후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다양한 문화공간과 인접해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추후 마을버스 유치 등 대중교통 확충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작고 문인들의 유품이나 육필 원고 같은 자료 기증 등 콘텐츠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개관을 기념하는 행사가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식전공연을 비롯해 축하영상, 축사, 시설 라운딩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학계 모 인사는 “문학관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혹여 문학을 매개로 ‘입김’을 행사하려는 단체나 인사들의 행태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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