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하나에…광주신세계 확장·어등산 관광단지 좌초 위기

광주시, “이마트~주차장 폭 8ｍ 도로 존치” 금호월드 상인 민원 수용
신세계, 확장 무산 땐 1조3천억원 규모 스타필드 사업도 철수 분위기

광주신세계가 확장을 추진 중인 광주시 서구 화정동 일대 전경. 광주신세계가 구상 중인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의 핵심은 이마트 광주점과 신관 야외 주차장 사이 8ｍ 도로(붉은색 점선)를 없애고 두 부지를 합쳐 짓는 것인데, 광주시가 금호월드 상인 등의 민원제기를 이유로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확장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광주신세계 확장 계획이 갑자기 끼어 든 민원 하나에 막혀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의 핵심은 현 이마트 광주점 부지와 신세계 신관 야외주차장 부지 사이 폭 8ｍ짜리 도로를 활용하는 것인데, 광주시가 일부 금호월드 상인 민원을 받아들여 해당 도로의 존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지역사회에선 2015년 추진했다가 금호월드 상인의 반대로 대전에 빼앗겼던 ‘특급호텔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 차질은 어등산 관광단지 내 스타필드 조성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밟아온 광주신세계 확장사업이 민원 하나에 발목 잡히는 모습을 지켜본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광주시의 불안정한 투자 행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대구시가 군(軍) 공항이 떠난 자리에 복합쇼핑몰 건립 등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여러 투자 여건 등을 볼 때 신세계그룹이 광주 대신 대구를 신규 투자처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민원에 멈춰 선 광주신세계 확장=17일 광주신세계와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신세계 확장 관련된 절차가 공동(건축·도시)심의위원회를 목전에 두고 멈춰 섰다. 오는 10월 이마트 광주점 철거를 시작으로 백화점 확장을 본격화 하려던 광주신세계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는 광주시가 당초 지구단위계획 입안 때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광주신세계의 확장계획 부지 내 도로를 흡수(사유지화)하고, 우회 도로를 만드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안을 접수받아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었으나, 금호월드 상인 등의 민원제기를 이유로 갑자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동안 지구단위계획 제안서 제출→제안서 검토→도시계획위원회 자문→입안 반영여부 판단, 통보→도시관리계획 입안계획 작성 절차→주민의견청취 및 관계기관(부서) 협의까지 마무리한 광주신세계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측은 시에서 공동심의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갑자기 ‘금호월드 일부 민원’ 을 들어 ‘보차(步車)혼용통로’를 요구한 행정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 요구대로 도로를 존치할 경우 새롭게 확장하는 백화점 1층 영업부지 단절은 물론 50여억원을 들여 마련한 디자인 설계부터 모든 확장 계획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고, 완공계획도 최소 2년 이상 미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광주신세계의 하소연이다.

광주신세계를 더 답답하게 하는 것은 관련법에 따라 ‘보차혼용통로’ 조성 여부를 전문가 집단인 공동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맡길 수 있는데도, 광주시가 민원 우선 해결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신세계는 “광주시가 기존 도로를 남겨두고 새로운 도로까지 뚫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영업 면적 수천평을 손해 보게 돼 백화점 확장 의미가 없어진다”며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해 400억원 규모의 기부채납 계획까지 내놨는데, 시의 입장이 너무나 완고해 답답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눈치만 보는 ‘노잼’ 광주…어등산도 좌절 되나=광주신세계 확장이 부침을 겪으면서 18년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는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시가 10월 13일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공모 기간 종료를 앞두고 진행한 사전 질의에 참여한 기업이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단 한 곳 뿐인 것으로 확인됐는데, 최근 신세계그룹 내부에서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이 무산되면 어등산 개발사업도 철수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의 미래가 걸린 대형사업을 추진하기에는 광주시의 투자행정이 너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오는 22일 정용진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내년도 투자안을 마련하는 자체 투자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어등산에 1조 3000억원 규모의 스타필드 조성 계획을 밝힌 신세계프라퍼티가 수원과 창원, 청라 등에 복합쇼핑몰을 짓는 계획을 검토·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등산 개발 사업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 난항 소식에 광주시민들 사이에선 2015년 ‘악몽’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광주신세계가 특급호텔과 함께 쇼핑 복합시설을 건립하려 했지만 금호월드 등 인근 상인 반발과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무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당시 광주를 포기한 신세계그룹은 대전에 5596억 원을 투입해 지하 4층·지상 43층 규모의 호텔, 백화점, 과학관·수족관·스포츠 시설을 갖춘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를 신축했고, 이 시설은 대전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당시 대전에서도 상인들을 비롯한 일부 민원이 발생하긴 했지만, 대전시의 적극적인 ‘합의 행정’ 덕분에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대선 당시 광주를 방문해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지방시대 선포식’에 참석해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한 채 어처구니 없는 그러한 정치적 상황을 더 이상 국민들께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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