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막대한 이권’ 다루는 위원회들, 행정 ‘거수기’ 전락·특혜 묵인 의혹 등 구설수
광주시-시의회, 도시계획위 회의공개 등 자정 노력에도 단서조항 많아 ‘반쪽’ 논란도
광주시에서 공정성·전문성 확보를 위해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들이 행정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고 토호 세력과의 카르텔 연루 등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광주시와 시의회는 ‘막대한 이권’을 다루는 ‘도시계획위원회’부터 조례개정을 통해 회의내용 공개 등 자정 노력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여러 예외 조항이 붙은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등 시민에게 생소한 ‘위원회’들마저도 각종 특혜 의혹에 휩싸이면서, 모든 시 산하 위원회를 대상으로 혁신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들어 지난해 8월부터 올 6월까지 각종 위원회 운영 실적 등을 분석한 뒤 전체 233개 위원회 가운데 회의 내용이나 운영 등이 부실한 55개를 정비 대상으로 분류하고, 1차로 38개를 폐지·통합했다. 나머지 17개 위원회도 정비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게 광주시 설명이다.
하지만 광주시가 각종 위원회의 기능을 바로잡기 위해선 폐지·통합에만 그치지 않고, 위원모집 기준을 강화하고 합리성과 전문성, 다양성 등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2021년 6월 말 기준 광주시는 위촉직 위원 구성 시 특정 성별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여성위원이 50% 미만인 위원회는 전체의 57%(135개)나 차지했다. 시는 일부 분야에서 여성 전문가들이 부족하다고 설명했지만, 여성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위원회 수만 15개였다.
타 시·도에는 없는 애매한 모집기준도 문제다. 광주시는 위원 선발 시 엄격한 자격조건에 따른 전문가 선발이 대원칙인데도,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을 명분으로 ‘(광주)시장이 인정하는 자’라는 기타 조항을 포함해 비전문가 또는 특정 이익이나 의견을 대변하는 특정 단체 관계자 등을 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광주시 각 위원회에서 위원 자질이나 전문성 부족 등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이다.
각 위원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막대한 이권이나 특혜 가능성이 있는 사안을 다루는 위원회의 결과물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한 위원 명단 공개를 비롯해 실시간 회의 공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시의회도 이 같은 시민 의견을 반영해 지난 6일 제31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회의 공개 등 3건의 ‘광주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통합한 대안 조례를 원안 의결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예외 조항으로 투기 등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름·주민번호·직위·주소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어 공정성을 침해하는 경우, 의사 결정이나 내부검토 과정에 있어 공개 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다른 법률에서 위임한 비공개 사항, 기타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명시한 탓이다.
지역사회에선 “돈 되는 정보를 공유하는 그들(도시계획위원, 시청 간부 등)은 투기에서 자유로울 정도로 도덕성을 갖추고 있느냐”는 지적과 함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회의내용을 시민에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대형 건설사업 허가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통영향평가위원회’ 등 또 다른 여러 위원회에 대한 시민의 불만도 크다.
강기정 광주시장마저도 교통영향평가위원회를 통과한 쌍촌동 GS자이 등 대규모 신축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인근 주민들로부터 ‘부실한 위원회 운영에 따른 교통 불편 민원’을 접수 받고, 앞으로는 교통영향평가 완료 사업도 시민불편이 우려되면 다시 교통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을 정도다. 강 시장이 교통영향평가위원회의 부실운영 가능성 등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시민 입장에서 보완을 지시한 것이라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최근엔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등 그동안 시민에게 노출되지 않았던 위원회까지도 특혜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실제 광주시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는 최근 전직 광주시장 아들 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광주 소촌농공단지 용도변경 2차 심의에서 각종 의혹 제기를 무시하고, 24개 조건을 달아 용도변경 승인 결정을 내렸다가 결국 감사원 감사대상으로 전락하는 처지가 됐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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