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검은 계단이 가득한 피아노 곡을 완주하는 것은, 수천 개 계단을 삐끗하지 않는 등정과 같다. 서정적이고 조용한 곡에서는 음이탈이 부각되며, 현란한 기교의 곡에서도 음감 좋은 관객들은 금방 알아차리니 연주자들은 정상에 오르기까지 진땀이다.
게다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원곡 흐름이 파다하게 알려진 요즘, 리스너들은 ‘들었던 것’과 ‘듣고 있는 것’을 비교하기도 해 연주자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음반을 30개 이상 발매해 수많은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버클리음대 교수인 케니 워너가 ‘완전한 연주’를 펴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정평이 났음에도 늘 ‘연주 불안’을 겪었던 그가 속마음을 고백하고, 진정한 의미에서 ‘완전한 연주’로 나아가는 방법을 코칭하는 내용이다.
책은 어떠한 분야에서든 진정한 숙달을 위해서라면 마음 연습을 겸해야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힘들이지 않고 음악을 훈련하는 방법론으로 4단계 훈련법을 제시한다. 또 ‘명상’과 ‘확언’, ‘형식 확장’이나 ‘공간 연결’과 같은 통념과 다른 독창적 훈련 방법들도 제안한다.
“자아를 내려놓고 내면의 연결을 탄탄히 구축하면 연주는 내면의 이야기를 받아쓰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음악을 연습하며 영적 세계와 연주가 맞닿게 되면 기계적 숙달을 넘어서는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완벽한 연주는 마음 훈련을 통한 일종의 마인드 트레이닝과도 같은데, 단순히 한 번 연습할 때마다 포도송이를 색칠해 한 송이를 가득 채우는 통상적 연습법과 거리가 멀다.
저자는 내면 훈련과 관점의 전환으로 일정한 성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 그러면서 비단 연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어느 분야에서든 더 나은 수준의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삶의 지침을 준다. <현역출판·2만3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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