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립 등 이익 극대화 보장
복합쇼핑몰 무산 방지 대책 없어
골프장 조성·관광단지 개발 실패
어등산 사업처럼 될까 우려
공공기여 범위 확대하고
동시 완공 조건 등 명문화 해야
지역 대표 근대산업 유산인 ‘전방·일신방직 공장 터’ 개발 사업 과정에 사업자의 개발이익 확보 위주 사업만 추진되고, 시민들과 약속했던 호텔·복합쇼핑몰 건립 등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전방·일신방직 공장 터’ 개발 사업이 아파트 건립 등과 함께 복합쇼핑몰 사업까지 동시에 추진·완공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 행정이 아파트 건립은 사업자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장하면서도, 정작 시민들이 원하는 호텔·복합쇼핑몰 사업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한 이른바 ‘먹튀 방지’ 장치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회에선 ‘돈 되는 골프장’만 조성하고, 관광단지 개발은 실패했던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사례처럼 이번 사업도 아파트만 짓고 나머지 시민 편의시설 개발은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도시 개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업체에 협약이행보증금을 내도록 하고, 아파트·복합쇼핑몰·호텔 동시 완공 명문화 등 ‘사업계약 미이행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0일 광주시와 전방·일신방직 공장 터 개발사업자인 휴먼스홀딩스 등에 따르면 휴먼스홀딩스측은 광주 북구 임동 일대 전체 부지 29만6340㎡(8만9642평) 내에 현대백화점 그룹의 ‘더현대 광주’를 비롯한 300실 규모 49층 높이 특급호텔, 아파트 4186세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내에선 해당 사업이 상무 2지구 개발 당시 46만 5168㎡ 부지에 아파트 2459세대가 공급됐던 것과 비교하면 면적은 63.7%에 불과한 반면 아파트 공급량은 1.7배에 이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시가 복합쇼핑몰 유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아파트 중심의 개발사업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업자측은 일단 현재 일반 공업지역인 전방·일신방직 공장 터를 땅값이 급상승하는 일반 상업, 준주거, 2종 일반주거, 자연 녹지 등으로 변경하는 혜택을 받게 되는 만큼 광주시에 공공기여 방식으로 땅값 상승분의 일부를 현금 또는 도로, 공원, 주차장, 건물 등 기반 시설로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공공기여 개발은 사업자가 토지를 개발할 때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개발 이익 절반(40∼60%) 가량을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줘 공공사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광주시와 사업자측은 현재 공공기여 범위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최대 공공기여 범위가 땅값 상승 수익의 60%까지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여액 자체가 단순한 땅 용도변경에 따른 땅값 상승 차액 중 일부에 불과한 데다 부지 감정평가액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고, 공공기여(액)를 사용하는 범위도 해당 개발부지 주변 설치 시설 및 연계되는 공공·기반시설 확충 등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기여(금)를 내놓더라도 대부분 사업자측 개발지 주변에 쓰인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공공기여라는 의견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광주시가 그동안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민간공원 특례사업지 등에 적용했던 ‘사업계약 미이행 방지 장치’를 전방·일신방직 터 개발 사업에는 아예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업자가 돈 되는 아파트만 완공하고, 온갖 핑계를 대며 복합쇼핑몰이나 호텔 건립 등을 차일피일 미루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광주시는 지난 3일 추정액 1조 3000억원 규모의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 공고 당시 이른바 먹튀 방지 조치인 ‘사업계약 미이행 방지 장치’로 총사업비(토지·상가 제외)의 10%를 협약이행보증금으로 내도록 했으며, 공공편익 시설 등 관광단지 필수시설이 준공되지 않으면 사용승인과 토지소유권 이전을 제한하는 등 ‘2중 방지’장치까지 못 박았다.
광주시는 또 1조 5000억원 규모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전국 최초로 초과수익을 공원사업 등 공공에 재투자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토지보상비 예치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협약이행보증금으로 추가 담보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사업 중간에 자금난 등을 핑계로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는 등 업체의 다양한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박홍근 포유건축사무소 대표도 최근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 공공기여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부산 롯데월드 사례처럼 여러 이유로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지 않도록 복합쇼핑몰과 호텔 동시 완공 조건 등을 명문화해야 한다”면서 “특히 다양한 공공기여 방식을 구체적 전제조건으로 제시토록 하는 등 업체가 약속 이행을 성실히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방·일신방직과 사전협상을 진행 중인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사전협상을 진행 중이며, 공공기여 범위 확대와 함께 법적인 범위 내에서 사업계약 미이행 방지 등을 위한 방안 등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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