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재난이다 <하>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광주·전남 온열질환자 140여명
독거노인 등 방문 횟수 늘리고
의료인력 포함된 전담팀 강화
실질적 대책 마련 사전예방 필요
광주·전남에 폭염특보가 13일째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가 잇따르는 등 인적·물적 피해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단체는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거나 독거노인 안부를 묻는 등 형식적인 지원책에만 안주하고 있어 피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염특보 발효에 맞춰 보건소 의료인력을 포함한 전담팀을 구성해 폭염 취약계층 방문 횟수를 늘리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갖추고 폭염 피해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6일 기준 광주·전남에서는 13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연이은 폭염에 행정안전부는 2019년 이후 4년만에 폭염위기경보를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광주에서 37명, 전남에서 103명의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영암군 삼호읍의 한 도로에서 몽골인 A(53)씨가 의식없는 상태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지는 등 올들어 지역내 첫 온열질환 사망자도 발생했다.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지난 2일에는 광주시 동구 소태동의 한 주택에서 B(여·67)씨가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B씨는 2시간여 동안 야외에서 폐지를 수거하다 귀가한 뒤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이에 광주·전남 각 지자체에서 폭염 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 폭염재난 대응에 나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원책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들은 폭염 재난 대응으로 ‘무더위 쉼터 운영’을 첫 손에 꼽았다. 광주시는 경로당 1338개소, 공공시설·은행·복지관 등 661개소 등 총 1999개소의 무더위 쉼터를 운영 중이며 전남도는 전남지역 9215개 경로당 중 7225개소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또 광주시와 전남도는 재난도우미를 통해 폭염 취약계층인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 안부를 묻고 쿨토시·쿨스카프·물파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처럼 한정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1회성 지원만 반복해서는 온열질환에 대처하는데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온열질환자 발생 위험지 1순위로 꼽히는 야외 공사장 근로자들만 해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광주시는 도시철도 2호선공사 현장의 경우, 작업자 870여명을 포함한 외부공사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작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더위로 인해 지난 1일부터 작업 시간을 변경한 사례만 10건 있었고 공사 중지 등의 강력한 조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또한 폭염 시간대에 장애인 이동설비지원을 확대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나 폭염 시간대 하루 이용자는 10명도 안되고, 노숙자들을 무더위 쉼터로 안내하는 지원사업도 지금까지 시에서 파악한 노숙자 14명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전남도는 ‘온열질환자 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며 사회복지시설 직원 2만여명의 온열질환자 발생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 모니터링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온열질환자 발생 예방을 위해 고령자, 독거노인 등 위험가구를 대상으로 방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1~2회에 그쳐 언제든 위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히 전화로 안부만 묻고 잘 사용하지도 않는 쿨토시같은 물품을 지원하기 보다는 보건소 의료전문 인력을 포함한 전담팀을 구성해 더 자주 취약계층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장윤영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엔데믹 특수 속 신혼부부 울리는 웨딩업체 횡포 (0) | 2023.08.10 |
---|---|
양귀비 재배 섬 주민 등 100여명 무더기 적발 (0) | 2023.08.09 |
광주 파크골프장 새벽 공짜 골퍼들 왜? (0) | 2023.08.04 |
전기요금 겁나서…선풍기도 못 켜는 쪽방촌 노인들 (0) | 2023.08.03 |
인도에 1분만 정차해도 과태료…상인들 “숨통 트인다” (0) | 2023.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