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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한국서 추억 쌓고 싶었는데”… 준비 안된 ‘악몽의 잼버리’

by 광주일보 2023.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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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위생·보건 관리 허술 부안 새만금 잼버리 현장 가보니
부스 냉방시설 없고 음료 실온 보관…더위에 부실한 식사 삼중고
지난 폭우에 야영장은 진흙탕…벌레 들끓고 화장실 악취 시달려
영국·미국 등 참가국 철수…290여명 참가 광주·전남 17명 퇴영

 

5일 오후 전북 부안군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서 외국인 대원들이 더위에 주저앉아 있다.

“한국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싶었는데 폭염에 위생과 보건 관리가 허술해 아쉬워요”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5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장 내 델타구역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청소년 참가자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 아쉬움을 쏟아냈다.

참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접근을 제한한 야영구역과 달리 델타구역은 각국 홍보관·전시관·체험관 등으로 구성됐지만, 천막 내부에는 참가 청소년들 대다수가 폭염에 지쳐 쓰러져 있었다.

특히 이날은 잼버리 참가국인 영국 단원들이 조기 퇴영을 결정하고 퇴영을 한 날이어서 행사장 내부는 더 어수선했다. 화장실 주변은 많은 이용객들로 인해 진흙밭으로 변했는데 발이 푹푹 빠지고 곳곳에서 악취도 심하게 났다.

일찍부터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찾은 스카우트 단원들은 야영지 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가방을 메고 이동에 나섰다. 대다수는 짧은 상·하의를 입고 선글라스와 우산 등을 이용해 더위와 맞섰지만 섭씨 35도를 웃도는 기온에 습도까지 높아 중무장(重武裝)도 소용이 없었다.

아스팔트 도로를 통해 이동하는 구간에는 그늘막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단원들은 햇볕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량들로 인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잼버리 참여를 위해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는 베트남 출신 알렉스(36·Alex)와 뎁(36· Depp)은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모두 친절하고 함께 있으면 유쾌하지만 덥고 습한 건 어쩔 수 없다”며 “가끔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가 있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등을 호소하며 ‘메디컬센터’를 찾은 이들도 많았다. 야영지 내 한 메디컬센터에는 10분동안 약 20여 명의 환자들이 찾아왔다. 센터에 설치된 의자와 탁자 등에는 참가자들이 더위에 지쳐 반쯤 누워있었고 일부는 센터 내에 설치된 냉방시설 앞에 서서 더위를 식혔다.

센터와 편의점 등에는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잠시나마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아 온 단원들이 아무렇게나 앉아 쉬고 있었다.

문제는 지난 폭우 때 고인 빗물이 아직 빠지지 않아 곳곳이 진흙탕이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종 벌레들이 들끓어 참여자들의 온몸은 벌레물린 자국 투성이었다.

조직위가 폭염 저감 시설로 야영지 내 60여곳에 설치한 덩굴터널 내부에는 청소년 수십명이 앉거나 누워 더위에 지친 몸을 식히고 있었다. 쿨링포그(인공 안개)가 작동되고 있어 터널 내부는 바깥보다 시원했지만 습도가 높아 숨이 턱 막혔다.

일부 천막에는 버스킹과 무대 등이 설치돼 있었지만 부스 내 냉방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때문에 부채질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잼버리 기념관 앞에는 300m가 넘는 대기줄이 이어졌지만 냉방시설이 없었다. 곳곳에서는 생수와 이온음료 등이 부족하지 않게 제공됐지만 아이스박스가 아닌 실온에 있던 음료는 미지근하기 보다 따뜻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참가단원들은 화장실 관리를 문제로 꼬집었다. 영지 내에는 성중립 샤워장 등이 설치돼 성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지만 화장실 내부에는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아 덥고 습했다.

화장실 앞에는 ‘안이 매우 더럽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 ‘화장지가 없다’ 등의 영어 메모가 붙기까지 했다.

매년 잼버리에 참여한다는 카자흐스탄인 아드리안(17·Adrian)군은 “덥고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에서 화장실까지 자주 막혀있다 보니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며 “제공되는 식사도 불만이지만 이마저도 먹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국·미국·싱가포르 참가국들은 전부 철수했다. 6일 광주시·전남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광주·전남에서도 289명(광주 143명·전남 126명)이 참가했지만 이날 기준 17명(광주 6명·전남 11명)이 퇴영했다.

/부안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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