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없고 주관 단체 나타나지 않아 올해부터 개최 안해”
시민단체 “공식 논의도 없이 형식적인 전화 한통만으로 결정” 반발
광주시가 올해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림의 날’(8월 14일) 행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지역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가 없어 행사 개최 당위성이 퇴색했고 관련 시민단체 중 행사를 주관할 단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개최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광주시가 관련 단체들과 함께 고민할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고 행사를 3주 정도 앞둔 시점에 관련 시민단체에게 전화 통화만으로 행사 참가 여부나 주관 여부를 물어 미개최를 시민단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주관해온 기림의 날 행사를 올해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기림의 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사실을 공개증언한 날(1991년 8월 14일)을 기념해 정부가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2017년부터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광주시도 2017년부터 시민사회 단체 등과 같이 행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광주시는 지역 내 유일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곽예남 할머니가 2019년 별세함에 따라 생존자가 없어 관심도가 떨어졌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에 대한 관심이 쏠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저조해 행사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광주시는 지역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시민단체 5곳(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여성단체연합, 광주나비, 광주평화나비네트워크)에 행사참여를 요청했으나 3곳이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고 2곳은 실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행사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광주시의 의지 문제를 시민단체에게 덮어 씌우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시가 기림의 날 행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면 관련 시민단체들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함에도 개별 시민단체에 전화 통화만 하고 행사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기림의 날을 3주 정도 앞둔 지난달 21일 광주지역 역사 시민단체에 연락해 행사 참여 여부를 확인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광주시 관계자가 전화를 해 다짜고짜 기림의 날 행사 참여 의사가 있는지 물어왔다”며 “행사에 대한 설명도, 개요도 없이 그저 참석 여부만 묻고 공문을 보낼 테니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라고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사에 앞서 시간을 갖고 조언을 구하며 참석 의사를 물었다면 협조했겠지만 형식적인 의사전달만 이뤄졌다. 과연 광주시가 처음부터 기림의 날 행사 개최 의지가 있긴 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참여의사가 없었다는 시민단체 중 하나인 광주여성단체연합의 경우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임수정 광주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우리 회원중 누구도 광주시에서 기림의 날 관련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한 게 이유라면 광주시가 더 나은 행사를 기획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기념행사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은 5·18의 도시라는 광주시의 정체성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광주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광주지역 생존자도 없는데다, 정부와 5개 자치구가 행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시에서까지 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대구를 제외한 서울, 부산, 인천, 대전, 울산도 기념행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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