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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숨 턱턱 막히는 현장…힘겨운 ‘폭염과 사투’

by 광주일보 2023.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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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재난이다 <중> 무방비로 노출된 실외노동자
온열질환자 83%가 실외서 발생
환경미화원 무더위·냄새와 전쟁
“땡볕속 작업 땐 머리 핑 돌 때도”
체감 33도 넘어도 작업단축 어려워
배선노동자들 염분 보충하며 작업

환경미화원이 3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의 아파트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폭염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 되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별 수 있나요. 소금이라도 먹으며 버텨내야죠”

3일 오전 9시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는 주황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들의 온몸이 벌써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30도를 넘는 온도에 습도가 87%에 달해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지만, 이들은 차량에 매달려 음식물쓰레기통을 싣고 내용물을 처리하길 반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파트 입구에 놓인 120ℓ용량의 음식물쓰레기통은 며칠간 아파트 주민들이 버린 음식물로 가득했다. 쓰레기통은 넘치기 일보 직전으로 뚜껑이 반쯤 열려있어 음식물과 액체가 바닥으로 흘러내렸지만 이들은 익숙한 듯 차량에 고정시키고 음식물을 처리했다.

10년째 환경미화일을 하고 있는 박용선(55)씨는 “새벽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해가 뜨기 시작하면 머리가 핑 돌 때가 있다”면서 “더위도 더위지만 무더운 여름 음식물쓰레기가 더 빨리 부패해 지독한 냄새에 두통이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안전모를 벗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길 반복했다. 올해로 20년차인 환경미화원 역시 조금이라도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넥워머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뚝뚝 떨어지는 땀을 막긴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원룸촌 등 골목의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하다 보면 차량이 못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마다 허리만큼 오는 음식물쓰레기 통을 끌고 다니며 수거해야 한다”며 “골목마다 오르막이 심한 경우도 많고 가끔 비닐봉지 째 버려진 경우도 있어 일일이 손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연일 폭염이 이어지자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온열질환 예방지침’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1시간에 10~15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휴식하고,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엔 옥외작업을 최소화하라고 나와 있지만 이를 지키는 건 사실상 어려운 형편이다. 3일 광주시 광산구 낮 최고기온은 36.1도까지 치솟았지만 새벽 5시 광산구 평동 옥동차량기지에서 시작한 이들의 일과는 오후 3시까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쉬어간다면 이들이 맡은 지역의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수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뿐 아니라 실외노동자들에게 주기적 휴식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 정해진 작업량을 모두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치는 까닭도 있다.

3일 장성군 남면에선 배선노동자들이 변압기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장성군 남면의 한 마을에서는 전기배선노동자들의 변압기 교체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장 더운 시간대였지만 긴 팔과 긴 바지를 입은 배선노동자들은 지상 13m 높이에서 연신 작업을 이어갔다.

좁은 마을 길목을 차단한 채 이뤄지는 작업이라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 작업자들이 더위를 식히는 도구는 차에서 꺼낸 얼음물과 포도당이 전부였다. 얼굴과 목에 얼음물을 들이 부은 작업자들은 주머니에서 알약 형태의 식염포도당 두 알을 꺼내 먹었다. 땀으로 인해 손실된 염분을 일종의 소금인 식염포도당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신광식(59) 현장안전관리자는 “온열질환 예방가이드에 따라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일 경우 작업을 단축해야 한다고 하지만 열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한낮과 저녁의 온도가 별반 차이가 없다”며 “하루에 평균적으로 5개 작업을 하는데, 잠시 쉬게 되면 작업량이 줄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시간 야외 노동으로 인한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5월~7월)에 따르면 실외 온열질환자가 전체의 83.3%(299명)를 차지해 실내 온열질환자 비율인 16.7%(60명)보다 5배 높다.

실외 온열질환자의 경우 작업장에서 발생한 경우가 전체 25.9%(93명)에 달했다. 질환별로는 열탈진(46.2%), 열사병(20.1%), 열경련(18.1%), 열실신(12.0%), 기타(3.6%)순이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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