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재단, 광주·서울서 5·18아카데미 개최…12개국서 참여
“연대·네트워크 확장…세계 민주주의·인권 뿌리 내리게 할 것”
“태국도 광주 5·18민주화운동처럼, 국가가 나서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이행기 정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광주를 교과서 삼아 우리나라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이 꽃필 수 있도록 더욱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태국 출신 인권활동가 나타몬 수폰웨이(여·24·Nattamon Supornvate)는 3일 5·18기념재단이 개최한 5·18아카데미 수료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나타몬은 태국의 인권단체 ‘크로스컬춰럴 파운데이션’(cross-cultural foundation) 소속 프로젝트 매니저로, 군부에 강제 연행된 실종자 조사, 고문 등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 피해자 법적 지원, 문제의식 홍보 등 활동을 하고 있다.
나타몬은 “태국에서도 지난 2014년부터 군부에 의한 국가폭력 희생자가 많은데, 아직까지 국가에서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한 적은 없다”며 “광주의 연대로부터 힘을 얻어 태국 정부가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폭력 피해자에게 보상하며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청년 NGO 활동가들이 ‘광주 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5·18기념재단은 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그레이프라운지 을지로점에서 5·18아카데미 수료식을 열었다.
올해 5·18아카데미에는 스리랑카·요르단·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의 13명 활동가와 4명의 5·18기념재단 글로벌NGO석사과정(GNMP) 장학생, 5·18기념재단 국제 인턴 등 총 1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1주일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옹호자를 위한 연대’를 주제로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한국의 민주화운동 흐름과 이행기 정의, UN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옹호 활동 등을 학습했다. 또 광주트라우마센터, 국가인권위원회, 5·18진상규명위원회 등 단체를 방문해 사업을 참관했으며 국립5·18민주묘지 등 5·18사적지도 답사했다.
활동가들은 5·18을 통해 연대와 ‘이행기 정의’를 배웠다며 자국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도록 5·18 광주를 교과서로 삼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트라우마치유센터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심리적인 지원까지 해 주고 있는 점, 전일빌딩245와 각종 출판물·사진 등 5·18 당시의 기록을 철저하게 남기고 보존하고 있는 점 등을 본받아 자국에서도 관련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벨 비자야쿠마르(30·Abel Vijayakumar)는 “광주는 여느 나라와 달리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민주주의·인권 관련 발언을 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참여해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아벨은 인권·평화 연구단체 ‘쉐이프 시(shape sea)’, 난민 및 수용 인권단체 ‘호스트 인터내셔널(host international)’ 등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로힝야 난민과 유고슬라비아 전쟁 피해자, 스리랑카 내전 인권유린 피해자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벨은 “5·18민주묘지에 운동에 앞장선 일부 활동가뿐 아니라 일반 피해자, 광주시민들까지 함께 안장된 것을 보고 감탄했다”며 “다른 나라에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투사는 금방 잊혀지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팽배한데, 광주는 그 반대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처럼 민중이 한 목소리를 내면, 로힝야의 경우처럼 세계 난민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며 “갈 곳 없는 이들의 인권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솟는다”고 했다.
요르단 출신으로 국제 인권단체 ‘골(GOAL)’에서 활동 중인 루아 알쿠다리(여·Ruaa Alkhudari)도 “5·18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의 NGO활동가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며 “여기서 쌓은 연대와 네트워크를 확장해 세계 각국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5·18아카데미는 세계 각국의 청년 NGO 활동가를 초청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다. 지난 2004년 광주아시아인권학교에서 출발해 세계 각국의 젊은 인권활동가들을 초청해 민주·인권·평화에 대한 이론 및 네트워크, 현장실습을 겸비한 교육을 실시하고 광주정신, 대동정신의 가치를 국외 활동가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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