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 가입하려면 필수”
조폭 등과 결탁 2000여명에 시술
25억 챙기고 의료용 마약 소지도
광주지검, 불법시술업자 12명 기소
미성년들 비용 마련하려 범죄까지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중화를 외치던 ‘문신’이 여전히 조폭문화의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조직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일명 ‘조폭문신’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미성년자들도 고액의 문신 시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감금·공갈 범죄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문신 시술업자가 쉽게 고액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폭력조직을 관리하고 있는 점을 업계 관행으로 보고 과거처럼 문신을 조폭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검사 최순호)는 의료법 위반,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문신 시술업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중 한 문신 시술업자는 업소 내에서 의료용 마약인 ‘펜타닐’을 소지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하는 A씨 등 문신 시술업자들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00여명에게 불법으로 문신을 시술해 총 25억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다수 조직폭력배 간 벌어진 폭력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명 ‘조폭문신’을 시술한 미성년자가 피부염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이레즈미’(いれずみ·일본 야쿠자들이 하는 전신 문신) 문신을 하는 것이 조직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 절차임을 확인하고 전문 문신 시술업자들에 대한 일제단속을 실시했다.
12명의 문신 시술업자가 불법으로 시술한 문신은 총 2000여 건이며, 이중 조직폭력단체 조직원 128명이 이들에게 시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업자에게 시술을 받은 광주·전남지역 폭력조직은 국제PJ파(40명), 충장OB파(30명), 무등산파(9명), 송정역전파(9명), 나주시내파(6명), 신서방파(5명), 콜박스파(5명), 신양OB파(4명), 기타 조직 (20명) 등이었다.
또 검찰은 전문업자들로부터 확보한 시술명단을 분석하면서 폭력조직에 가입하고자 조폭문신을 시술받은 미성년자가 32명인 것을 확인했다.
이 중 4명이 실제 폭력조직에 가입했고 고액의 문신 시술비용 마련을 위해 공갈 등 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조폭문신 시술비용은 1인 기준 통상 200만~500만원 수준이지만, 전신에 문신을 할 경우 1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청구됐다.
전문업자들은 불법 시술로 벌어들인 돈을 가족 명의 계좌로 옮겨 아파트, 고가의 수입차 등 사치품을 구입했다.
이들은 폭력조직 관련 고객은 휴대전화에 폭력조직별로 분류해 별도로 저장해 관리했다, 또 폭력조직원들과 호형호제를 하며 경조사를 챙기고 밀접하게 결탁을 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 시술업자는 암에 걸린 가족을 이용해 마약성분의 의약품을 제공받아 이를 업소내에 비치하고 있다가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폭력배들이 문신을 드러낸 채 공개된 장소를 활보하며 불안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상황을 바로잡고자 문신 시술업자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폭력조직과 결탁해 조직폭력배 활동을 돕고 범죄 수익을 챙기는 이들에 대한 단속·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투(문신)숍을 운영하는 업자들은 일부 시술업자들의 비행을 업계 관행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음성화된 문신 시술은 범죄조직과 연루될 수 밖에 없고 위생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시술을 받는 사람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한 시술업자는 “정부가 ‘비의료인의 타투 작업 합법화’를 위한 타투 양성화 입법을 추진했지만 번번히 좌절되고 있다”면서 “문신 시술을 합법화해서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만 범죄조직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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