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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기자

한국인 입맛 사로잡은 ‘중국의 맛’

by 광주일보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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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마라탕·‘간식계 BTS’ 설곤약 등 MZ세대 중심 인기
‘마라 떡볶이’ 품절 사태…부대찌개 등과 어울려 입맛 자극
충장로 ‘중국 맛집’ 호황…탕후루 가게 매일 1.6개꼴 늘어나

27일 오후 광주시 동구 충장로를 찾은 시민들이 탕후루를 구매하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30분께 찾은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한 마라탕 전문점. 20~30대 여성과 10대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이 음식점에 들어서자 중국 음식 특유의 향신료가 코를 찔렀다. 비교적 매운 음식인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먹는 손님들은 연신 아린 혀에 손으로 부채질을 해가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테이블에는 ‘중국음료수’라고 부르는 홍차 맛 음료도 여럿 보였다. 정오께가 지나자 이 매장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손님 이수민(여·29)씨는 “자극적인 맛 때문에 종종 생각이나 자주 들르고 있다”며 “최근엔 친구들과 만나 ‘무엇을 먹을까’ 얘기하다 보면 1순위로 언급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라음식 말고도 탕후루, 설곤약 같은 중국 음식이 요즘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먹거리다”고 덧붙였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국 맛’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마라탕과 마라샹궈는 더 이상 이색적인 음식이 아니게 됐고, 중국을 상징하는 음식인 짜장면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다.

중국 향신료인 ‘마라’는 떡볶이, 부대찌개, 찜닭 등 우리 음식과도 섞이며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식감과 단맛, 예쁜 모양을 가진 탕후루와 짭짤한 맛의 설곤약은 10대를 중심으로 간식계의 ‘BTS’로 자리잡았다.

권리금이 없는 ‘죽은 상권’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광주시 동구 충장로만 마라탕 전문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점포가 4곳인 충장로에는 마라탕 전문점이 5곳에 달한다. 탕후루 가게는 약 10여곳으로 충장로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약 50m 간격으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탕후루 인기는 자영업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광주시 광산구에서 탕후루 가게를 운영 중인 A(32)씨는 최근 남구에 두 번째 점포를 열었다. 배달음식 전문점을 운영했었던 A씨는 탕후루 인기가 심상치 않자, 기존 업장을 정리하고 탕후루 가게를 열었고 ‘대박’을 쳤다. A씨는 “당분간 탕후루 인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탕후루 업체의 점포 수는 5개월 만에 300개로 6배로 급증하기도 했다. 매일 1.6개 꼴로 늘어난 셈이다.

설곤약도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생 딸을 둔 주부 박지원(여·47)씨는 “아이가 용돈을 주면 설곤약을 몽땅 사오곤 한다”며 “자극적인 맛이라 걱정이 되는데 딸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 말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라를 넣은 한식도 늘어나고 있다. 당장 한 요식업체가 마라를 넣어 만든 떡볶이는 품절 사태를 빚었다.

이날 외식업계에 따르면 매운 떡볶이로 이름난 엽기떡볶이가 지난 18일 출시한 엽떡 마라떡볶이는 6일 만에 품절됐다. 엽떡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예상보다 큰 고객님들의 관심과 호응 속에 판매량이 예상치를 초과해 초도 준비 물량이 전부 소진됐다”며 “정상 판매는 8월 초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마라떡볶이를 제외한 다른 메뉴의 경우 정상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메뉴를 먹지 못해 아쉽다는 네티즌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기도 했다.

중국에 대한 국민적 정서가 좋지않음에도 중국 음식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끄는 건 SNS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 한국창업컨설팅 대표는 “요즘엔 10대들은 치킨보다 떡볶이, 마라탕, 양곱창을 좋아한다”며 “중국음식 신드롬은 유튜브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소비하는 영상을 본 10대들은 이를 따라하고 있다”며 “반(反) 중국점서가 기성세대 중심으로는 존재하지만 가치평가를 못하는 10대 들의 틈을 유튜브가 파고 들어감 셈”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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