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공사 임대주택 7494세대 중 3개월 이상 체납 7.32% 달해
2년 이상 장기 미납 임차인 대상 건물인도 소송 대부분 임차인 패소
코로나·고물가 피폐해지는 취약계층 삶…월세 차등화 등 대책 필요
“건물을 인도하라”, “밀린 월세와 이자를 지급하라”, “건물 인도는 가집행 할 수 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두 장짜리 판결문에 적힌 주문 요지는 간단했다. 광주시도시공사(도시공사)가 임대주택 임차인 중 장기미납자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소송 판결문의 내용이다.
광주지법 민사11단독(부장판사 정영호)은 지난 7일 도시공사가 임차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에서 도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9년 10월부터 보증금 290만원에 월세 5만7800원에 광주시 서구 쌍촌동의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2020년 2월부터 월세를 내지 못해 장기미납자로 등록됐고 2번의 납부최고에도 230만원(2년간 미지급 월세와 이자)을 내지 못해 소송에서 패소하고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A씨외에 2건의 임차인 상대 건물인도 소송에서 모두 도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시 임대주택에서 살면서 월세를 못내 쫓겨날 처지에 처한 취약계층이 늘고 있다. 월 10만원 내외의 저렴한 임대료조차 내지 못해 장기체납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엔데믹 상황에서도 고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삶은 더 피폐해 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도시공사는 총 7494세대의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영구임대주택이 4685세대로 가장 많고 국민임대(1536세대), 행복주택(1200세대), 공공임대(73세대) 순이다.
지난달 기준 전체 임대주택 중 3개월 이상 체납 가구는 549세대로 전체의 7.32%에 달한다. 이는 올해 1분기 금융권 부실채권(원리금이나 이자 등을 3개월 이상 연체한 경우) 비율 0.41%에 18배 가량 높은 수치다.
임대주택은 취약계층, 청년, 신혼부부 등에게 높은 주거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복지차원에서 지원하는 주택이다.
하지만 2019년 6월 기준 3개월 이상 체납 임차인은 421세대였지만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6월에는 592세대로 급증한 이후 2021년 6월 533세대, 지난해 6월 545세대로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장기 체납세대가 늘고 있어 체납금액은 매년 6월 기준 3억9900만원(2019년)→ 5억 2500만원(2020년)→ 5억 5900만원(2021년)→ 5억 9200만원(2022년)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도시공사는 지난 2월 2년 이상 장기 미납 임차인을 대상으로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이유로 문자나 우편물 등으로 납부를 촉구해오다 소송이란 강수로 전환한 것이다.
소송 대상은 평균 25개월 이상 체납자 63세대로 이들의 체납액은 1억1000만원이다. 소송이 제기되자 27세대는 체납액을 완납했지만 나머지 36세대는 대안이 없어 소송이 진행중이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최근 광주지법에서 진행된 8건의 도시공사 임대주택 건물인도 소송 판결문을 분석해 보니 모두 임차인이 패소했다.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에겐 저마다 사연이 있다. 이들 대다수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주거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조차 의료비나 다른 생활비에 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도시공사도 이런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밖에 없어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강제퇴거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집행권원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건물인도 소송이 취약계층인 임차인 ‘압박용’으로 쓰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소송에 앞서 주거취약계층의 월세 연체 사유를 확인해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부담능력을 따져 월세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기현 남부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는 “취약계층은 공공임대에 들어갈 때 최소한 의무로 약속한 것이 임대료라는 점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공공기관도 한가지 잣대로만 판단하면 안된다”며 “장기간 월세를 내지 못한 임차인에 대해 비영리 단체나 재단 등을 연계하는 다른 시스템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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