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에게나 기억의 공간이 있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 가도 언뜻 언뜻 기억의 장소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을 때가 있다. 공간과 기억이 주는 힘이다.
윤정선 작가에게도 마음의 풍경으로 남는 공간들이 있다. 지금까지 기억을 풍경으로 바라보며 시간이 축적된 공간을 소환하는 작업을 해왔다.
윤정선 작가 개인전이 8월 27일까지 광주롯데갤러리에서 열린다.
4일 개막한 전시는 무엇보다 ‘길 위에서’라는 시적이고 감성적인 주제가 눈길을 끈다. 작가가 도심이나 일상의 공간을 거닐며 보았던 풍경을 초점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은 지난해 제주도 아트랩와산 레지던시 기간 작업한 신작들과 제2회 수묵비엔날레 초청작인 ‘목포 유달산’ 시리즈 등을 포함한 6개 시리즈 48점이다. 개개의 작품은 침묵과 침잠, 고요와 부재 등과 같은 언어를 환기한다. 목포근대역사관을 비롯해 유달동 시리즈 작품들은 단순히 근대 풍경 너머 사람살이의 부재와 무늬를 보여준다.
윤 작가는 “인간의 머릿속에 내재된 특정한 기억은 죽음과 함께 사라지지만 장소는 그대로 남아 존재를 증명하기 마련”이라며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응결된 곳일 수 있는 장소를 찬찬히 응시하듯 그린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이은하 콜렉티브오피스 디렉터는 “누구나 지나쳤을 거리와 동네의 모습들은 역사와 공동의 기억이 스며있는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기도 하며 작품을 보는 사람들 각자에게는 자신의 기억과 이야기를 환시시키는 시간적 매개가 되기도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약 3주간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와 동명동 한옥레지던시에서 머물며 광주 구도심과 양림동 풍경을 작품화할 예정이다.
한편 윤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했으며 중국 칭화대에서 미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호미술관,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 14회 개인전을 비롯해 세계도시의 건축전, 우리시대의 유산전 등에 참여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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