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김대승·선명희·김상옥 등 20명 참여
‘암연’이라는 작품 앞에 서면 몸서리 치는 한 인간의 절규가 들려온다. 온몸을 뒤로 젖힌 채 쓰러질 듯 무언가를 향해 외치는 사내는 어쩌면 내 안의 또다른 ‘나’일지 모른다. 내 안의 진짜의 ‘나’가 밖의 가짜의 ‘나’를 향해 강하게 힐난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어떤 사내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사내는 부조리하고 엄혹한 시대를 향해 온몸으로 항거한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더불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비탄으로도 읽힌다.
전시장에서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품은 김대승 작가의 ‘암연’. ‘슬프고 침울하게’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작품은 그렇게 아프게 다가온다. 시대상황을 읽어내는 것은 비단 이편의 감상법만은 아닐 것이다.
제31회 호남조각가회 기획전이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1일까지 열리는 전시 주제는 ‘넌지시 그러하다-메타포(METAPHOR)’.
호남조각가회는 호남대 조각전공자들이 주축이 돼 결성했다. 올해로 31주년이라는 긴 세월은 회원들 저마다에게 독특한 시각과 변화, 도약, 가능성을 선사했을 터였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20 명이 25개 작품을 출품했다. 설치 조각, 조각, 미디어 등 작가들은 저마다의 관점으로 오늘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한편 현대조각의 변화와 가능성을 담아냈다.
메타포라는 주제는 다양한 의미를 함의할 수밖에 없다.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은 그런 연유다. 지구위기와 환경오염, 전쟁 등 불안한 시대상황을 표현한 작품도 있지만 사적이면서도 미시적인 순간을 포착한 작품도 있다.
선명희 작가의 ‘나비날다’는 환경에 대한 경고 내지는 나비들이 꾸는 꿈을 인간의 꿈에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나비를 초점화하면서도 그 나비가 생존하는 지구라는 생명체를 동일한 무게로 전경화함으로써 생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밖에 김상옥 작가의 ‘희로애락’이 던지는 삶의 다채로운 표정들, 두 귀를 세우고 안타깝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김혜철 작가의 ‘기다림’, 근심걱정 없이 오수를 즐기는 여인을 표현한 정숙경 작가의 ‘봄날’, 위태로운 높이에서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 이병선 작가의 ‘걸어가는 사람’ 등도 각기 색다른 울림을 준다.
한편 광주미협 박광구 회장은 “지난 1991년 창립전을 시작으로 올해 31주년을 맞은 호남조각회 조각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저마다 개성적인 작품세계를 일궈가는 작가들의 조형세계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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