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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아름다운 산골 이야기보따리 풀었습니다”

by 광주일보 202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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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도깨비마을 김성범 촌장
에세이 ‘품안의 숲 따숩네’ 펴내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로 등단

“고등학교 때부터 산에서 살겠다고 되뇌이곤 했습니다. 정말 산속에 거처를 옮기려고 계획까지 세웠지만 걱정을 넘어 두려움이 엄습해왔죠.”

섬진강도깨비마을 촌장인 김성범은 산을 동경했다. 지금 그는 십대 때 가졌던 꿈을 곡성 섬진강 산골에서 실현해가고 있다. 어린이들과 책놀이, 숲놀이를 하며 ‘도인’처럼 살고 있다.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동시, 동요 작가이자 평론가, 싱어송라이터, 조각가, 기획자. 이쯤 되면 그는 전천후 예술가 또는 ‘르네상스 인간’으로 불려도 될 것 같다.

김성범 촌장이 최근 에세이집 ‘품안의 숲 따숩네’(기역)를 펴내 눈길을 끈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로 등단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 문학동네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도깨비’와 ‘호랑이’ 등을 모티브로 한 것이 많다. 그만큼 전통 서사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매개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을 써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번 에세이집은 현재의 도깨비마을을 일군 김 촌장의 산중일기다. 지금은 전국적인 명소가 돼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20년 전만 해도 이곳은 사람이 찾지 않는 심산유곡이었다.

그는 몸 하나 누일 공간만 마련해둔 상황에서 산중생활을 시작하며 청소년기에 그렸던 미래의 꿈을 하나씩 하나씩 일궈나갔다.

책 발간 소식에 전화를 했더니 연결이 되지 않았다. 대신에 그의 휴대폰에서는 언제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동요가 들려나온다.

“호랑이가 나타나 ”넌 몇 살이냐“, “아홉살인데요”, “참 맛있는 나이구나”, “난 말썽장이어서 안 맛있을 거예요””

컬러링이 흘러나오고 얼마 후 연결된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파마기가 풀어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글서글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눈 딱 감고 저질렀지요. 품격 있게 말하면 용기를 냈다고 할 수 있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에 다소 능숙하지 못했었나 봐요. 승용차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을 선택해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자’라고 마음먹었죠.”

김 작가는 도깨비마을에 들어온 이유를 그렇게 말했다. 글을 쓰고 조각을 하며 동요를 만들면서 살고 싶었다.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bumstar’라는 닉네임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섬진강 일기’라는 방을 열었다. 그렇게 두서없이 쓴 글들이 세월이 흘러 오늘의 책으로 이어졌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홈페이지를 유지할 의미가 없었던 때가 있어 폐쇄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자 너무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그가 쓴 글을 다운 받안 둔 이가 있었다. 너무도 고마웠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건 그 마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미마을로 들어온 지 벌써 2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얼마 전까지 맹위를 떨쳤던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이전의 메르스, 사스, 섬진강 범람 등 실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환경 파괴와 연관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돌아보면 산골생활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의 생활은 내 삶에서 이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바깥 세상에 살 때는 늘 짜여진 시간표 속에 나를 가두며 다그치고 살았는데 지금은 ‘덩어리 시간’을 살고 있거든요. 결과적으로 덩어리 시간은 많은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았죠.”

도깨비마을은 이제 하나의 숲체험원으로 자리 잡았다. 풀과 나무, 곤충과 산짐승들과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하는 삶은 경이로움의 연속이었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말한다. “세상 사는 일이 무료하거나 힘들 때 산골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번 책이 작은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한편 김 작가는 지금까지 장편동화 ‘숨 쉬는 책, 무익조’, ‘도깨비살’ 등과 그림책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요!’, ‘도깨비가 그림책 읽는 법’ 등과 동시집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 ‘콧구멍으로 웃었다가 콧구멍이 기억한다’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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