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 재심…‘수면제 탄 양주’ 공방 예고

변호인 “양주에 약물 희석 잘 안돼…법정서 확인하자” 요청

지난달 24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재심 재판 출석 당시 김신혜씨. <광주일보 자료사진>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23년째 복역중인 김신혜(여·46)씨의 재심재판 준비기일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져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앞으로 진행될 공판에서는 김씨가 범행도구로 썼다는 ‘수면제 탄 양주’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8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선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 심리로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씨의 재심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증거 채택과 재판 절차 등이 논의됐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양주에 다량의 약물을 섞어 먹인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약을 가루로 타더라도 잘 희석되지 않는다. 법정에서 확인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박 변호사는 사건 당시 부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의견 조회에 응한 제약회사 소속 약사 등을 추가로 증인 신청하면서 수면제 탄 양주를 둘러싼 공방을 예고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의 강압수사와 가혹행위 등을 입증을 위해 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던 입감자, 경찰서 방문을 동행했던 지인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 측은 증인 진술 등을 먼저 청취할 것을 요청하면서 앞선 재판에 출석한 14명의 증인 중 12명을 준비기일 증인으로 요청했다.

법정에선 증인 심문 순서를 두고 변호인과 검찰 측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변호사가 재판부에 증인 심문 순서를 검찰보다 우선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검찰은 변호인의 반대심문이 우선할 수 없다며 맞섰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한편 김씨는 2000년 3월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무기징역이 확정됐지만 경찰의 부적법한 수사가 인정되면서 2015년 11월 재심이 결정됐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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