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미흡에 잇단 불만…김제농협RPC ‘수매 불가’ 현수막 내걸어
강진군 공공비축미 제외 이어 영광에서도 계획물량 외 수매 거부
농민들 근심 커지고 정부 수매 품종 탈락 우려…전남도 대책 고심
전남지역 명품 쌀로 인기를 끌었다가 품질 저하 논란에 휩싸인 벼 품종 ‘강대찬’<5월 23일자 광주일보 6면>에 대해 전남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불매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제농협 쌀조합공동사업법인(RPC)은 최근 전북 김제시 일대에 ‘2023년도부터 강대찬 벼 수매 절대 불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제시에 따르면 최근 김제에서도 강대찬을 심는 농가가 늘고 있는데, 정작 RPC에서는 이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강대찬은 지난 2021년께 전남도농업기술원에서 ‘새청무’를 잇는 전남 브랜드 쌀을 육성하기 위해 개발한 벼 품종으로, 병충해에 강하고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밥맛이 떨어지고 금세 누렇고 딱딱하게 굳는다’는 불만이 잇따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반품 사태가 일어났다.
김제시 관계자는 현수막에 대해 “강대찬 품질 논란이 전남뿐 아니라 전북으로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김제 농가들로부터 ‘강대찬을 공공비축미에는 못 넣더라도 시장격리곡에는 꼭 넣어달라’는 요청도 적지않게 들어온다”고 밝혔다.
영광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영광RPC는 전남농기원에서 공동경작한 강대찬 벼 50㏊ 계획물량 외에는 수매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광RPC 관계자는 “강대찬이 보급종도 아닌데다 품종 간 순도를 유지해야 하니 별도로 매입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1일에는 영광군의회 김강헌 의원이 “전남도의 무책임한 농업행정에 대한 농가들의 피해에 대해 책임지라”는 발언을 했다. 품질저하 논란에 휩싸인 강대찬에 대해 영광군에서는 오히려 쌀 개발자 신서호 박사를 초빙해 강대찬 재배기술을 군민 200여명에게 교육하는 등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전남도와 영광군은 올 가을 수확기에 소비자와 상인들의 강대찬 매입거부로 인한 판로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곳곳에서 강대찬 수매 거부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남지역 농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남도에서 적극적으로 종자 보급에 앞장서길래 강대찬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막상 수매 거부 사례까지 나오자 공공비축미 등 정부 수매 품종에서도 탈락해 ‘애물단지’가 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영암군의 대우RPC 관계자는 “강대찬을 올해까지 주력 품종으로 내세웠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쌀 품질에 대한 호불호가 크게 갈려 고민이 크다”며 “올해까지는 강대찬 4000t을 계약재배 했지만, 결과가 안좋으면 내년에는 재배를 포기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품종이 정착하려면 2년은 기다려야 한다지만 지금으로선 강대찬의 미래를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워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담양RPC측은 현재 강대찬을 수매하고 있으나, 소비자로부터 “밥이 딱딱해진다는데 불안하다”는 문의전화가 종종 걸려와 난처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이석하 영광군농민회 사무국장도 “강대찬이 아무리 병해충과 도복(쓰러짐)에 강하다고 하지만 정작 주변에서 강대찬 농사를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며 “농가에서는 이미 쌀 품질 문제로 논란이 생기니 소문이 퍼져 재배를 꺼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강대찬을 아예 공공비축미 품종에서 제외하고 육성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현실화되고 있다.
강대찬은 현재 전남의 20개 시·군에서 공공비축미로 선정됐는데, 전남도는 이달 말까지 공공비축미 변경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중 일부 시·군에서 공공비축미를 강대찬에서 다른 품종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강진군은 지난 22일 공공비축미 선정심의위원회를 열고 강대찬을 공공비축미에서 제외한다는 안건에 대해 심의를 마쳤다. 강진군은 이번 주 내로 대체 품종을 지정해 전남도에 공공비축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가 사이에서 강대찬 품질에 관한 소문이 빠르게 돌고 있어 전남도와 지자체, 농협, 농가에서도 긴장하고 있다”며 “이달 말 공공비축미 변경 신청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그에 맞는 농업정책의 변화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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