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불법 한방병원 적발 전국 최다

건보공단, 13년 간 데이터 분석…전국 적발 63곳 중 광주 26곳이나
광주 한방병원 85곳, 서울과 비슷…보험업계 “상당수가 사무장 병원”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지역에서 적발된 불법 개설 한방병원 개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 동안의 불법개설 의료기관 특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불법개설 의료기관은 일명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며, 의료법상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하고 그 명의를 도용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기관을 가리킨다. 적발시 명의를 빌려준 사람부터 실제 운영한 ‘사무장’, 공모자, 방조자 모두 가담자로 처벌된다.

분석 결과 이 기간 전국에서는 1698곳의 불법기관이 적발됐으며, 건강보험공단은 이들에게 제공한 요양급여 비용 등 3조 3674억원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에서는 병원, 요양병원, 의원, 약국 등 총 74곳이 적발됐으며, 전남에서는 45곳이 불법기관으로 밝혀졌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들에게서 각각 광주 1166억원, 전남 1608억원의 요양급여 비용을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광주는 ‘한방병원’ 분야에서 불법기관으로 적발된 사례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에서 63개 한방병원이 적발됐는데 광주에서 적발된 병원은 그 중 41%인 26곳에 달했다. 광주 불법 한방병원에게 내려진 환수 결정 금액 또한 276억원으로, 광주 전체 환수 결정 금액의 23.7%를 차지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한방병원이 광주에 몰려 있기 때문에 불법기관도 많이 적발된다고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광주 한방병원 개수는 85개소로, 인구 수가 6배 넘게 차이나는 서울(87개)에 맞먹는 숫자다. 이는 전국 한방병원 539개소 중 15.7%에 해당하며, 부산 26개·대구 15개·대전 16개·울산 5개 등 다른 5대 광역시 한방병원 개수를 전부 합친 것보다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업계에서는 기형적으로 많은 광주 한방병원 상당수가 사무장병원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광주 인근에 한의학·보건행정·보험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이 많은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무장 병원과 같은 범죄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또 한방병원은 인·허가를 받기 쉽고,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할 필요도 없어 쉽게 개설할 수 있다는 점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장선식 건강보험공단 광주전남본부 의료기관지원부 팀장은 “전남지역에서 찾아오는 노인 인구가 많고, 광주 자체가 ‘소비도시’인 만큼 유동인구가 많아 환자를 유치하기 쉬워 광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광주는 첨단지구 등 모텔촌 건물을 싸게 인수해 사무장병원을 여는 등 손쉽게 개원할 수 있는 점도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불법기관이 횡행할수록 결국 피해는 광주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원 실소유주인 사무장의 뜻에 따라 병원을 운영하므로 극한의 수익을 끌어내기 위해 보험사기도 마다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장윤 손해보험협회 서부지역본부 부장은 “사무장병원을 뿌리뽑으려면 지자체는 병원 설립 인·허가 과정을 더욱 꼼꼼하게 하고, 경찰 등 수사기관은 집중 수사를 펼쳐 경각심을 심어줘야 한다”며 “시민들 또한 사무장병원 등 사기가 의심되는 병원을 발견 시 관계당국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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