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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나주 마한 유적지 인근 축사 악취…주민·관광객 고통

by 광주일보 202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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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남 고분군’ 100여m 거리 20년 이상 된 축사 즐비
축산 폐기물 산더미·무단 방류에 불법 증·개축도 빈번
나주시 문화재 일대 불법행위 근절 적극 행정 나서야

18일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의 옥수수밭에 축산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이 곳은 사적 제513호인 나주 반남 고분군 ‘신촌리 9호분’(원 안)과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이다.

18일 나주시 반남면의 사적지 ‘신촌리 9호분’으로부터 불과 100여m 떨어진 옥수수밭에서는 농민이 트랙터를 끌고 소 배설물 등 축산폐기물을 밭 한 쪽에 산더미처럼 쌓고 있었다. 축산폐기물 더미는 족히 2m를 넘었는데, 곳곳에 불태운 영농폐기물이 섞여있는지 타는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신촌리 9호분 인근의 다른 밭에서는 화전(火田)을 한 듯 밭 일대가 까만 재로 뒤덮여 있었다.

같은 날 ‘덕산리 5호분’ 인근은 200여m 떨어진 축사에서 퍼져 나온 소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축사 주인 A씨는 “이 곳에서 30년동안 축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인근에 문화재가 있다고 해서 소 키우는 데 제재를 받은 적은 없다”며 “축산 폐기물도 별도의 퇴비장에 모아 버리고 있으니 이 이상 농가 입장에서 조치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마한시대 유물인 금동관 등 문화재가 잇따라 출토돼 ‘마한 유적지’로 각광받고 있는 사적 제513호 ‘나주 반남 고분군’이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분군 일대가 사적지로서 보호받고 있는데도 인근에 축사가 포진해 있어 상시 악취가 발생하고, 더구나 농장주들이 공공연히 축산폐기물을 무단 방류하는 등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고분군을 견학하러 온 외지 관광객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신고가 들어와야 조치할 수 있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주시 반남면 신촌리, 덕산리, 대안리 등에 분포한 나주 반남 고분군은 마한시대 옹관과 금동관, 금동신발, 환두대도 등 문화재가 출토된 곳으로, 지난 2011년 문화재보호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나주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서는 동물 및 식물관련 시설을 건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고분이 있는 반남면 신촌리에는 9개소, 대안리에는 19개소, 덕산리에는 30개소의 축사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1989~1999년 사이 허가를 받고 20여년 넘게 운영하던 곳이라 나주시는 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인근 축사에서 축산폐기물을 무단 방류해 사방에서 악취가 퍼지는데도 나주시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주시에 따르면 이 곳에서는 매년 10여건씩 악취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온도·습도가 올라가면 악취가 심해져 민원도 더 자주 접수되는데, 아직 올해는 행정처분 조건인 악취 희석배수 15배수를 넘은 적이 없어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고 나주시는 설명했다.

또 올해 사적지 인근 축산폐기물 무단배출로 행정조치를 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나주시는 무단배출로 인한 피해 민원이 접수되지 않는 한 일일이 축사들을 돌며 배출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주시는 불법 축사 증·개축 건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이라고 해명했다. 문화재보호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서는 단순한 가설건축물을 세우더라도 반드시 관할청에 신고하고 문화재 분포 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조차 않고 불법 건축물을 세우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나주시 관계자는 “문화재 인근인데도 현상변경 신청조차 없이 건물을 증·개축하는 등 행위가 빈번한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시골생활을 오래 했던 주민들이라 신고조차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공무원이 일일이 확인하고 계도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에 문화재 일대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나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남면 주민 B(65)씨는 “역사적으로 뜻깊은 곳인데도 불법행위조차 제대로 관리 못하는 바람에 관광객들 눈살만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나주시가 문화재를 보호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최소한 불법행위를 근절하는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박중환 전 나주시 마한사 공동위원장은 “현 상황은 문화재 복원도 제대로 못하고, 축산농가도 민원에 밤낮없이 시달리는 등 서로 불편한 상황이다”면서 “축산업자들에게 자유로운 생산활동을 보장하고, 유적지도 관광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들려면 나주시가 나서서 반남면 전체를 포괄하는 유적복원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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