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기념 연계
대흥사 소장 ‘관음보살도’ 첫 공개
천경자·오승우·김홍주 등 작품도
장르를 떠나 예술가들에게 친숙한 소재 가운데 하나가 ‘꽃’이다. 창작 활동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지만 꽃을 통해 위안을 얻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봄부터 겨울까지 다양한 꽃이 핀다. 지역에 따라 피는 꽃은 다르지만 사시사철 꽃의 자태를 볼 수 있다. 이른 봄 한기를 머금고 피어난 매화, 늦봄과 초여름 문턱에 만나는 화려한 장미,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가을 코스모스, 선연한 붉은 빛이 애처로운 겨울 동백 등 꽃은 사시사철 우리 산하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꽃은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깊은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다. 한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꽃은 늘 함께한다.
꽃을 모티브로 한 특별 기념전이 열려 눈길을 끈다.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이 20일부터 오는 11월 5일까지 개최하는 ‘영원, 낭만, 꽃’은 인간의 생애에 드리워진 꽃을 초점화한다.
이번 전시는 꽃을 생성하고 소멸하는 하나의 삶의 표상으로 보고 예술 작품 속에서 낭만성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특히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열리는 까닭에 ‘정원’과 ‘꽃’을 연계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연우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흘러간다면 영원함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꽃에 비추어 본 인간의 삶을 동서고금의 작품을 통해 다층적으로 가늠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는 대흥사의 소장품(전남유형문화재 제179호)인 초의선사의 ‘관음보살도’와 ‘준제보살도’가 첫 외부로 반출, 관람객에게 공개될 예정이어서 이목을 끈다. 또한 프랑스 모빌리에 나시오날에서 대여한 샤를 르 브룅(루이 14세 시대 궁정화가)의 4m짜리 거대한 태피스트리도 볼 수 있어 관람객들의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전시는 모두 5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섹션 주제는 ‘연화화생(蓮花化生), 재생의 염원’. 진흙 속에서 고결히 피어난 연꽃을 매개로 한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대흥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초의선사의 ‘관음보살도’와 ‘준제보살도’가 그것. 전자는 연꽃 받침대 위에 천수관음이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으며 불꽃모양의 광배가 눈에 띈다. 후자는 물속에서 솟아오른 연꽃 위에 앉은 모습을 구현했다. 불교와 연꽃에 담긴 인간의 염원과 영원에 대한 갈망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서울역사박물관 소장의 ‘백자청화연화당초문수명병’, ‘청자음각연화문고형주자’ 등은 고혹적인 미와 실용미를 선사한다.
‘자유와 역동, 구체적인 삶의 복귀’로 명명된 두 번째 섹션에서는 꽃을 도상으로 한 민속품과 공예품, 태피스트리 등의 작품을 만난다.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외에도 프랑스 왕정과 공화국의 가구, 장식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모빌리에 나시오날의 소장품이 주 대상이다.
실용품에서부터 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꽃이 어떻게 수용되고 구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섹션도 있다. 세 번째 섹션 ‘시대를 넘어서’에서는 프랑스 루이 14세 초기 고블리 공방에서 제작된 물품을 감상한다.
또한 모네 원작의 태피스트리와 한국 근현대시기 작가의 작품들 즉 천경자, 오승우, 김홍주 등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섹션은 주제인 ‘미래로부터’가 말해주듯 미국 미디어 아티스트 제니퍼스타인캠프의 ‘미래로부터’가 시선을 붙든다. 자연을 기반으로 한 화려하면서도 생생한 이미지는 공감각적 경험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섹션 ‘삶의 확장, 가능성을 향해’는 현대사회 꽃의 다양한 상징성에 무게를 뒀다. 흑백사진으로 유명한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 명작 외에도 김상돈, 박기원, 정희승 등 우리나라 동시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사진을 비롯해, 회화, 설치 작품에 드리워진 꽃을 발견한다.
한편 이지호 관장은 “꽃이 지닌 인문적, 철학적, 예술적 의미와 깊이를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전시 초점을 맞췄다”며 “영원에 대한 염원에서 시작해 구체적인 생활품, 민속품을 소재로 구현한 꽃은 물론 예술가들의 심미안이 투영된 꽃에 대한 이채로운 해석을 느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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