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호 지음
기후와 식량 위기로 척박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는 시대에 예술을 미치도록 사랑했던 베를린의 예술 학도 유리와 미아. 학교 룸메이트인 두 사람은 서로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고 갈망하며 끊임없이 휘청인다.
작가 이소호의 ‘나의 미치광이 이웃’은 예술을 치열하게 사랑했고 절박하게 탐닉했던 유리와 미아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이다. 단편 소설이 한 권의 책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도서출판 위즈덤하우스는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데 묶는 방식이 아닌 ‘단 한 편’의 단편만으로 책을 구성하는 이례적인 시도를 단행한다. ‘위픽’ 시리즈를 통해 매월 4종씩 1년 동안 50가지 이야기 축제를 펼치는 특별한 경험이다.
소설가 뿐만 아니라 논픽션 작가, 시인, 청소년문학 작가 등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통해 장르와 경계를 허물며 이야기의 가능성을 넓혔다. 또한 소재나 형식 등에 얽매이지 않는 ‘단 한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 편 한 편을 깊게 호흡하는 경험을 선사한다는 의도다. 5월의 단편소설은 이소호의 ‘나의 미치광이 이웃’ 외에 오한기의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 조예은의 ‘만조를 기다리며’, 도진기의 ‘애니’다.
‘나의 즐거운 육아 일기’는 소설가인 ‘나’가 화자로 등장한다. 본업이 소설가인 나는 돈벌이를 궁리하다가 와이프 진진에게 베이비시터로 고용될 결심을 한다. 소설은 자신의 아이의 베이비 시터로 셀프 고용된 소설가가 일감을 주는 고용주와 제 할 일을 대신해주는 심부름꾼 소년과 얽히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만조를 기다리며’는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소꿉친구 우영을 찾아 20년 만에 우영의 고향 미아도를 찾는 주인공 정해 이야기다. 산에 묻히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우영이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정해는 우영이 헌신적으로 활동했던 사이비 종교 영산교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애니’는 현직 변호사이자 소설가로 법정 소설과 치밀한 추리소설 시리즈를 써온 도진기 작가의 신작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첨단 AI 기술을 만나 촉발하는 사건을 다룬다. 취업 시험에 번번이 떨어지고 사랑에는 실패하고 삶에서 기쁨을 찾지 못했던 동한의 뇌에 AI를 이식해 원하는 대로 프로그래밍된 삶을 꿈꾸게 해주겠다는 금사원 박사. 성공을 미리 입력해둔 CEO 동한의 삶은 행복한 듯 싶지만 그렇게 만나게 된 완벽한 이상형 애니가 이상해지면서 그의 꿈속 인생은 뒤틀리기 시작한다.
각각의 책 속에는 소설 한 편 전체를 한 장의 포스터에 담은 부록 ‘한 장의 소설’도 함께 들어 있다.
<위즈덤하우스·각 권 1만3000원>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이보람기자(예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주디자인진흥원 ‘우수공예품 팝업 스토어’ 2~4일 더 시너지 첨단 (0) | 2023.05.31 |
---|---|
국악, 시민 속으로 ‘한걸음 가까이’ (0) | 2023.05.31 |
예지책방 차예지 대표 “오월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하고 싶다” (0) | 2023.04.26 |
광주일보 문화예술 매거진 예향 4월호 (0) | 2023.04.01 |
광주일보 문화예술 매거진 예향 3월호 (0) | 2023.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