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살해 혐의’ 무기수 김신혜 재심 1년 만에 재개
“수면제, 당일 안 먹었어도 검출 가능…적극적으로 재판 임할 것”
수익자, 개인 아닌 온 가족…보험금 노렸다는 범행 동기도 반박
“난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해 무죄를 밝히겠습니다.”
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3년간 복역중인 김신혜(여·46)씨가 24일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지원장 박현수) 심리로 열린 재심(再審) 법정에 1년 6개월만에 섰다.
이날 법정에 나온 김씨는 마스크를 쓴 채 평온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억울함을 주장했다.
김씨와 그의 법률대리인은 김씨의 무죄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주장해 재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열린 재판은 재심의 공판준비기일로 김씨가 직접 법정에 나선 것은 지난 2021년 11월에 진행된 재판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4월 증거조사 방식과 범위, 추가 증인신문 범위 등을 협의하기 위해 한차례 재판이 진행됐지만 김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건 담당 경찰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 뒤 김씨의 심신장애를 이유로 지난해 10월 공판 절차를 중지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표면적으로는 김씨의 심신장애상태로 공판이 정지됐지만, 사실상은 변호인의 조력이 없었던 것이다”면서 “무죄에 대한 김씨의 의지가 충만하고, 변호인의 조력 의지도 그와 같다”며 무죄 다툼 의지를 다졌다.
김씨도 법정에서 직접 “심신장애상태가 아니며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겠다”면서 “누명을 쓰고, 재판에 들어갔는데 심신 상의 이유로 재판을 기피했었지만, 이제는 억울했던 일, 수사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하는데 쓰인 것으로 알려진 수면유도제의 증거능력 여부에 대해 검찰과 김씨 측이 각각 입증계획을 내놨다.
검찰 측은 수면유도제에 대한 감정 신청을 하고 피고인 신문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김씨측은 “김씨의 아버지가 치통으로 이 약을 장기간 복용해왔다면 사건 당일 복용하지 않아도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정도의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 “김씨 아버지가 이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 것에 대해 가족들의 증언과 처방해준 약사에 대한 증언이 과거 방송에 방영됐다”면서 당시 증언한 이들을 증인으로 세우거나 방송을 촬영한 담당자를 법정에 소환 할 계획도 밝혔다.
범행 동기로 알려진 보험금에 대해서도 김씨 측은 반박했다. 보험 수익자가 김씨 혼자가 아닌 ‘상속인’, 즉 온 가족으로 돼 있었다는 점에서 김씨의 범행동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2000년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해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러나 김씨는 “동생이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 말에 자신이 대신 감옥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호소하며 지난 2015년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고 현장검증을 한 점, 압수수색에 참여하지 않은 경찰관이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점 등을 들어 강압 수사라고 판단해 청구를 인용했고, 2019년 3월 재심이 시작됐다.
김씨의 재판은 그가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도 하고, 변호인 교체와 국선변호인 선임 취소 등을 하면서 연기돼 왔다. 김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2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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