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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미쓰비시에 99엔 받은 강제동원 피해 정신영 할머니, 광주지법서 호소한 이유는

by 광주일보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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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같은 생활 뒤 손에 쥔 건 931원
3년 넘게 끈 재판 빨리 마무리해 달라”
밥 제대로 안줘 쓰레기통 뒤지기도
위안부 오해 받을까 사진도 다 없애
불편한 몸 이끌고 억울한 사연 토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3)할머니가 18일 재판이 끝나고 법정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아이고 판사님한테 할말을 다 못해버렸네. 일본에서 고생한 일을 다 말해야 하는데…”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의 일본연금기구로부터 931원(99엔)을 받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3·나주) 할머니가 18일 법정을 나와 한 말이다.

이날 광주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임태혁)는 정씨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2억4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법률대리인인 변호사만 참석하면 되지만, 정씨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지팡이 대신 우산에 몸을 의지한 채 법정에 섰다.

재판부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일본에서의 고생과 억울한 사연을 재판부에 알리고 3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재판을 빨리 마무리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재판부가 “하고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정씨는 “막상 머리가 하얗게 돼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일본으로 가게 된 사연만을 가볍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고 웃어보였다.

정씨는 1944년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학교에 불려가 ‘일본에 가면 좋은 학교도 다니게 해주고 밥도 잘 준다’는 말에 속아 여수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때 같이 건너간 친구들은 25명 정도로 정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감옥과 같았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미쓰비시 항공기 제작소에서 페인트 작업을 반복했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시너와 독한 약품을 취급하다 보니 손끝이 갈려나가 피가 났지만 치료를 받지 못했다. 미군의 일본 본토 공습이 시작되면서 생활은 더 힘들어졌다. 매일 공습경보가 울려 이불을 뒤집어 쓰고 두려움에 떨었고 방공호를 찾아 도망 다니기 바빴다.

밥도 주지 않아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감나무 밑에 떨어져 썩어버린 감을 주워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해 12월 7일 도난카이 지진으로 공장 벽이 무너져 한국에서 함께 건너간 친구들 6명이 숨지기도 했다. 나고야 공장 가동이 불가능해지자 정씨를 포함해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은 1945년 도야마 미쓰비시 공장으로 옮겨 일하다 광복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고초를 겪었지만 정작 정씨의 손에 쥐어진 것은 동전 세개뿐이었다. 일본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위안부로 오해받을 수 있었던 탓에 불만을 얘기할 수도 없었다. 정씨는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일본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찢어 없애버린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17년 광주지방법원 근로정신대 판결 소식을 듣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찾았다.

2020년 1월에는 피해자 32명과 함께 일본 6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집단소송에 참가했다. 이 집단 소송은 2019년 4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54명이 일본 9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1차 집단소송에 이은 것이다.

정씨 재판은 국제 송달로 보낸 소송 서류를 일본 정부가 피고 일본 기업에 송달하지 않고 피고인 미쓰비시 측이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서 3년째 공전됐다. 하지만 조만간 광주지법에서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재판부가 피고인 소재지를 알 수 없을 때 관보 등에 서류를 게재함으로써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명령하고 재판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미쓰비시중공업 측은 변호인을 선임하고 옛 미쓰비시와 다른 회사이며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도 함께 소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17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해 한달 정도 뒤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정씨는 “일본도 과거 전쟁 때문에 힘들었던 만큼 이제는 노인이 된 우리를 생각해야지. 우리 대통령도 늙은이들을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모르겠다”며 “일본은 왜 아직도 독도는 자기 땅이라며 그저 빼앗아 가려고만 하느냐”고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안과 일본 정부 모두를 비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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