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다인기자

“씻겨주고 말동무까지 해주니 자식보다 훨씬 낫지”

by 광주일보 2023. 4. 11.
728x90
반응형

재가 목욕 요양보호사 동행해보니
2인 1조 목욕·손톱관리·면도…
탑차서 하루 8명 돌봄 서비스
신장 이상증세 발견 치료 받기도
“고단하고 힘든 일이지만
표정 밝아진 어르신 보면 뿌듯”

광주시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에서 요양보호사가 10일 어르신 재가 목욕 서비스를 진행한 후 차량 내부를 청소 하고 있다. <꿈꾸는 노인복지센터 제공>

“씻겨주고 아픈 곳이 어딘지 말 안해도 알아주고 말 동무도 해주니, 자식보다 훨 낫지”

지난 6일 낮 12시께 찾은 광주시 북구 중흥동 중흥2차 아파트 주차장 한켠에 있는 금빛재가복지센터 1t 목욕 차량을 이용한 어르신의 말이다.

목욕을 준비하고 있는 차량에서 요양보호사 조모(여·62)씨가 뜨거운 김과 함께 탑차의 문을 열고 나왔다. 조씨는 영상 4도 정도의 서늘한 봄 날씨였지만 방수앞치마를 두른 반팔 차림에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KF94 마스크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올해로 재가 목욕 서비스 4년째인 조씨는 해가 뜨기 전 탑차 내 기름보일러 온도를 높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조씨의 업무는 2인 1조로 이뤄진다. 두명이서 한 어르신의 탈의부터 목욕, 탈수와 보습, 손·발톱 관리와 면도 등을 맡는다. 조씨는 어르신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 광주 어디든 탑차를 직접 운전해 이동한다. 어르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면 목욕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하수구가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소요되는 시간이 적지 않다.

어르신을 모시고 탑차 내부로 들어간 조씨는 30분 뒤 온몸이 땀에 젖은 채 나왔다.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를 벗자 내부에 고여있던 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머리와 상의도 물로 흠뻑 젖어있었는데 조씨는 앞치마를 했어도 흐르는 땀은 어쩔 수 없다며 웃어보였다.

조씨는 “젖은 상태에서 찬 공기를 맞다 보니 한 여름에도 추위를 느끼는 일이 다반사라 매일같이 감기를 달고 산다”면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혹시나 다칠까 늘 노심초사해야 하고 하루 최대 8명까지 어르신 목욕을 도맡고 있어 일이 끝나면 진이 다 빠진다”고 말했다.

최근 거동이 불편한 지역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찾아 목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재가 요양보호사를 찾는 손길이 늘고 있다.

부쩍 따뜻해진 날씨에 모두들 겨우내 묵은 때를 밀고 새 단장에 나서지만, 독거노인들은 스스로 목욕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재가 목욕 서비스는 요양 등급(1~5)을 받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신청인 한명당 차량 내 목욕 서비스 비용은 8만2160원이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공단이 전액을 지원한다. 요양 등급에 따라 6%(4930원), 9%(7394원), 15%(1만2324원)까지 본인부담금이 나눠진다. 최대 주 1회가 원칙이며 요실금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초과할 수 있다.

조씨와 같은 요양보호사로부터 재가 목욕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의 경우 가족이 있는 경우는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독거노인에 거동이 불편해 스스로 몸을 닦지 못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자녀가 있더라도 타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자녀들이 부모를 위해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것이 요양보호사들의 설명이다.

실제 광주지역 독거노인은 2018년 4만7485명에서 2022년 6만5616명으로 5년 새 2만여 명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재가목욕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재가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몸을 거들다보니 힘들어 재가목욕서비스를 하려는 요양보호사들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몸만 힘든것이 아니다. 노인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차량에서 목욕을 하다보니 주차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목욕 후 물을 버리기 위해서는 차를 하수도 인근에 주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수도 근처에 주차를 하면 집에서 나오는 동선이 길어져 이동을 해야 하는 노인들도 힘들고 부축해야 하는 요양보호사들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가 목욕 서비스는 ‘한줄기 빛’과 같다는 것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말이다.

이날 목욕 서비스를 받은 오성지(여·78)씨는 “한달에 2번 정도 이용하는데,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묵은 때가 벗겨지고 가벼워진 느낌을 받는다”며 “혼자 있다보면 입 한번 뻥긋 하기도 어려운데 말동무도 해주고 딸처럼 잘해주니 자식보다 낫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몸’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자식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는 건강 상태를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습기로 헐어버린 살부터 생활 속 발견하지 못한 질병의 징조를 찾아내곤 한다.

조씨는 “한번은 건조 증상이 심한 어르신이 있었는데 로션과 바디워시를 바꿔도 건조함이 그대로라, 혹시 신장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면서 “결국 어르신은 신장에 문제가 발견돼 현재 투석 중에 계시다.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차려 다행이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고단하고 힘든 일이지만, 목욕을 마치고 밝아진 표정의 어르신을 보면 기분이 좋다. 자식보다 낫다며 웃어보이실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할머니가 아이들 앞에서 며느리 폭언·폭행했다면?

최근 JTBC에서 종영한 ‘신성한, 이혼’은 드러나기 힘든 각종 이혼의 소재를 설정,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인기몰이를 했다.드라마 속 한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평생을

kwangju.co.kr

 

광주·전남은 지금 ‘소나무재선충과 전쟁 중’

광주·전남 지역에 소나무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비상이 걸렸다.각 지방자치단체는 4월말까지 방제작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예산 부족으로 소나무재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