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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내 딸·내 아들아…여전히 보고 싶구나” 세월호 9주기 선상 추모식

by 광주일보 202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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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구조 잠수사 등 진도 맹골수도서 눈물 속 헌화
아이들 간데 없고 ‘세월’이란 노란색 부표만 덩그러니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없는 ‘9년 허송세월’에 울분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9일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앞바다에서 열린 세월호 9주기 선상추모식에서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바다를 보고 있다.

“억겁의 시간 흐른대도 잊을 수 없는 내 딸·아들아 다시 4월이 왔지만, 여전히 보고싶구나”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갇혀 돌아오지 못한 지 벌써 9년이 됐다. 하지만 야속한 바다를 찾은 부모들의 사무치는 애절함과 슬픔은 해가 거듭될 수록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담당한 3번째 국가조사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해 조사 활동을 마무리했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해 책임자 처벌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넋조차 달래지 못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제 9주기 세월호 선상추모식이 열린 9일 오전 7시 목포시 죽교동 목포해경전용부두. 새벽 2시부터 안산에서 새벽길을 달려 목포를 찾은 유가족들은 배에 탑승하기 전부터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년에 단 한 번 떠나버린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지만 동시에 가장 맞이하기 싫은 날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 20명, 생존자 학생 1명, 민간잠수사 2명을 비롯한 4·16재단 관계자 등 71명은 이날 오전 7시께 해경 경비함정 1509호(1500t급)에 탑승해 사고해역인 진도 맹골수도로 출항했다.

이들은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패딩과 바람막이 등을 입고 배에 탑승했다. 3시간여 긴 시간 동안 96여㎞(52마일)를 항해해 도착한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앞바다에는 사고현장을 보여주는 ‘세월’이 적힌 노란색 부표만이 덩그러니 바다에 떠 있었다.

추모식은 차분하며 먹먹하고 조용했다. 예년처럼 오열하는 유족은 없었지만, 1년에 한번 오는 사고현장을 눈에 담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헌화가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그리운 아이들에게 국화꽃을 바다 위로 흘려보냈다. 물결 속에 담긴 꽃은 모습을 드러내다 곧 사라졌다.

배는 참사 해역을 중심으로 수 바퀴 돌았다. 한참동안 바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던 한 유가족은 노란 부표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속으로 울음을 삼켜냈다. 눈가는 붉어졌지만 소리내 울진 않았다.

한 켠에서 먼 바다를 지켜보던 유가족도 조용히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래도 삼켜지지 않은 눈물은 마스크 속으로 흘러내렸고 연신 마스크를 벗었다 써야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멀어져 가는 노란 부표를 보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부표가 눈 앞에서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날 이후 보지 못하게 된 가족에게 다녀간다고 인사하는 듯 했다.

단원고 2학년 고(故) 김수진양의 아버지인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9년이 지났지만 보고싶고 안아주고 싶고 맛있는 것 해먹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참사현장은 오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꼭 와야 하는 슬픔과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다”며 “무엇 하나 밝혀진 것 없는 답답한 상황이지만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선상추모식에 함께한 단원고 생존학생 한명은 가족과 부두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9년 전 그날을 떠올리고 기억했다.

이날 선상추모식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 활동했던 이들도 유족들과 그날의 슬픔을 함께 나눴다.

세월호 발생 이후 5년만에 해역을 방문한 김상우(52)잠수사는 “당시 좁은 객실에서 아이들을 많이 찾았다. 아직도 얼굴이 하나하나 생각이 난다. 찾아와서 한번 보고 싶어 오게됐다”며 “과거 서해 페리호 사건때는 손쓸 수 없이 배가 침몰했지만 세월호는 1시간 이상 학생들과 일반인들을 대피시킬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 당시 세월호 철문개방 작업을 한 배상웅(46)잠수사도 이날 배에 올라 “사건 이후 처음 해역에 방문하지만 당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냄새와 음성, 색깔이 또렷하게 느껴진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참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앞으로의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상추모식을 마친 뒤 세월호 선체가 보존돼 있는 목포신항에서는 오후 2시 30분께 선체추모식이 이뤄졌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인양과 보존까지 풍파를 거친 세월호는 녹슬고 부식됐지만 ‘세월’ 두글자는 선명하게 각인돼 있었다.

한편, 광주에서는 14일부터 16일까지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되고, 15일부터 16일까지는 광주에서 출발해 경기도 안산으로 향하는 ‘다함께 안산가자’ 행사도 개최된다.

/진도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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