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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없는 코끼리’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조심조심 코끼리에 손을 대본다. 작품을 만지는 낯선 경험이다. 보드라운 양모로 몸을 감싼 코끼리는 따스하고 부드럽다. 석고붕대로 덮인 코끼리는 또 다른 느낌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만나는 네 마리의 커다란 코끼리들은 응당 있어야할 코가 없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들에 한 번쯤 의문을 갖게한다.
‘코 없는 코끼리’ 등을 출품한 엄정순 작가가 올해 신설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엄 작가는 지난 6일 열린 개막식에서 상금 10만 달러(약 1억 3000만원)와 상패를 받았다.
“작가가 작품을 출품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이 작업이 세상에서 어떻게 반응할까하는 궁금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예상치 못한 수상인데 제 작품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에 부합되는 면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포용적인 제 작업 방식도 나름 설득력을 얻은 것 같고요.”
엄 작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코끼리를 메타포 삼아 관람객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문턱을 낮추었다.
“코끼리에게는 엔진이자 권력, 파워인 코가 없는 형상을 통해 그 결핍으로 다른 걸 보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불변의 신념, 휘둘렀던 절대 권력의 힘, 인식, 관념 등이 사라졌을 때 과연 그런 게 정말 없었다면 안됐던 거야?하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는 거죠.”
엄 작가는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의 수난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엄 작가는 “장애인과의 작업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며 “그들과 25년간 지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아서일 거”라고 말했다.
“코끼리는 공동체에서 떨어져 디아스포라적 삶을 산 셈인 거죠. 조선시대, 서울에서 그 먼 여수 장도로 유배를 떠나고 전국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코끼리의 모습은 21세기 우리 삶에서도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이번 작품이 낯섬에 대한 태도와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오해되어온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죠.”
프란시스 모리스 테이트 모던 관장 등 5명의 심사위원들은 “엄정순 작가의 작품은 감염병 이후의 비엔날레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이 작품은 국적, 성별, 시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큰 의미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코 없는 코끼리’ 등을 출품한 엄정순 작가가 올해 신설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엄 작가는 지난 6일 열린 개막식에서 상금 10만 달러(약 1억 3000만원)와 상패를 받았다.
“작가가 작품을 출품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이 작업이 세상에서 어떻게 반응할까하는 궁금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예상치 못한 수상인데 제 작품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주제에 부합되는 면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포용적인 제 작업 방식도 나름 설득력을 얻은 것 같고요.”
엄 작가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코끼리를 메타포 삼아 관람객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문턱을 낮추었다.
“코끼리에게는 엔진이자 권력, 파워인 코가 없는 형상을 통해 그 결핍으로 다른 걸 보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불변의 신념, 휘둘렀던 절대 권력의 힘, 인식, 관념 등이 사라졌을 때 과연 그런 게 정말 없었다면 안됐던 거야?하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는 거죠.”
엄 작가는 인도네시아, 일본을 거쳐 한반도에 처음으로 들어온 코끼리의 수난 여정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면서, 시각장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엄 작가는 “장애인과의 작업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며 “그들과 25년간 지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서로 영감을 주고 받아서일 거”라고 말했다.
“코끼리는 공동체에서 떨어져 디아스포라적 삶을 산 셈인 거죠. 조선시대, 서울에서 그 먼 여수 장도로 유배를 떠나고 전국 이곳 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코끼리의 모습은 21세기 우리 삶에서도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이번 작품이 낯섬에 대한 태도와 인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오해되어온 것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이죠.”
프란시스 모리스 테이트 모던 관장 등 5명의 심사위원들은 “엄정순 작가의 작품은 감염병 이후의 비엔날레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이 작품은 국적, 성별, 시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 큰 의미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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