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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예향

[굿모닝 예향] 특집 -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by 광주일보 202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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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으로 가는 발걸음 자연을 담아 놓다
담양 대덕면 송영희 할머니 정원은 ‘사계절 꽃대궐’
고매·수선화·영산홍·꽃무릇·초롱꽃 등 정원 한가득
담양 소쇄원·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전통 원림 간직
한국, 기교없는 단순미…중국·일본 인공적 정원 특징
순천만·태화강 국가정원 이어 금강·월아산도 추진
도시브랜드 가치 상승·생태환경 보전 시너지 효과

‘수선화 할머니’로 불리는 송영희 씨는 50년 넘게 집앞 정원에 매화와 수선화, 목련 등 온갖 꽃나무를 가꾸고 있다. 미국 동화작가 타샤 투더를 연상시킨다.

“사람들은 작은 화단, 한 뙈기의 헐벗은 땅을 갖가지 색채의 물결로 넘쳐흐르게 바꾸어놓는다. 우리들의 눈은 위안을 받는다. 그곳이 바로 천국의 작은 정원이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손수 정원을 가꾸며 작품을 창작했다. 우리들의 생활 속에 새로운 정원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19’ 유행 속에서 담양 소쇄원과 강진 백운동 원림 등 전통정원은 물론 새로 문을 연 민간정원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202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4월 1~10월 31일)가 ‘정원도시’ 순천에서 열린다. 섬마다 색다른 꽃들로 특화시키는 신안 ‘1섬1테마정원’ 프로젝트를 함께 소개한다.


◇50여 년째 정원 가꾸는 ‘수선화 할머니’=“겨울은 너무 삭막하고 그냥 있어도 힘들어요. 꽃을 가꾸면 행복하죠. 그러니까 일 년 살 놈(에너지)을 봄에 힐링해놓아요.”

담양군 대덕면에 사는 ‘수선화 할머니’ 송영희(76)씨 정원은 고매(古梅) 4그루를 비롯해 수선화, 영산홍, 자산홍, 목련, 명자나무, 모과나무, 박태기나무, 배롱나무, 치자나무, 장미, 금목서, 불두화, 복수초, 수국, 국화, 모란, 작약, 꽃무릇, 수선화, 백합, 초롱꽃, 물옥잠 등이 계절마다 피고진다. 그 중에서 이른 봄에 피는 수선화를 가장 아낀다. 할머니의 매화·수선화 정원에 대한 입소문이 나며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할머니는 1971년 시집온 뒤 할아버지와 “늙어서도 꽃을 즐기면서 살자” 약속한 후 집 주변에 갖가지 나무와 꽃을 하나하나 심고 가꾸었다. 열매와 씨앗, 구근을 심거나 삽목(揷木), 휘묻이 등을 통해 매년 수를 늘려나갔다. 그렇게 50년 넘게 가꾼 정원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냥 ‘나만의 정원’, ‘나 혼자만의 정원’이라고 부른다. 미국 동화작가 타샤 투더(1915~2008)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홍주(현 충남 홍성) 송 씨인 할머니는 조선 4대 여류시인으로 손꼽히는 송덕봉(1521~1578)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한다. 앞으로 집앞 밭에 작약을 심어 꽃 정원으로 꾸미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꽃나무 같은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면 삭막하니 ‘인정머리 없게 생겼다’ 는 생각이 들고, 꽃나무를 가꿔놓은 집은 ‘자상하니 아름다운 마음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죠. 여하튼 드문 드문 심어진 작약을 파다가 옮겨 꽃밭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러면 이제 작약 꽃이 많이 피겠죠.”

4년째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식물을 반려로 삼고 아파트 베란다에 자그마한 ‘나만의 정원’을 꾸미기도 한다. 또 전통정원과 국가정원, 민간정원, 수목원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집콕’과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어느 때보다 ‘초록 치유’에 대한 욕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2023 순천만 국제 정원박람회’가 ‘정원의 도시’ 순천시에서 열리는 등 일상 속에 정원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지난 3월 만개한 산수유꽃과 어우러진 소쇄원 광풍각.

◇담양 소쇄원·강진 백운동 원림… 자연 속 힐링=소쇄원은 담양군 가사문학면(옛 남면) 지곡리 지실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대숲 사이로 난 오솔길 사이로 소쇄원에 들어선다. 대봉대와 오곡문, 외나무다리를 지나 제월당에 닿는다. 당호인 제월(霽月)은 ‘비 갠 뒤 하늘의 상쾌한 달’을 뜻한다. 광풍각(光風閣) 마루에 편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한 MZ세대의 모습이 보기 좋다.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또한 호남 전통 원림(園林)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강진에서 유배생활 중이던 다산(茶山) 정약용은 1812년 가을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 산행을 하고 백운동에 들러 하루를 묵었다. 이때 받은 느낌을 서시와 12경을 노래한 시 등 13수의 시를 지었다.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에서 백운동 정원을 찾아가면 울창한 동백나무 숲을 지난다. 대문에 들어서면 아담한 초가 정자와 네모난 연못(方池)이 눈길을 끈다. 계곡물을 끌어와 마당 연못을 거쳐 나가도록 한 아홉 굽이의 물굽이인 ‘유상곡수’(流觴曲水)이다. 소쇄원과 백운동 원림은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걷는다’는 의미의 ‘미음완보’(微吟緩步) 해야 할 힐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동·서양의 정원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각자 고유의 정원 양식이 만들어져 계승됐다. 나라별 환경과 자연관, 미의식 차이에 따른 결과다. 현재 쓰이는 ‘정원’(庭園)은 일본 메이지 시대에 만들어진 용어로, 한국에는 일제 강점기에 이식됐다. 고려시대에는 ‘가원’(家園)과 ‘임원’(林園), ‘임천’(林泉), ‘정원’(庭院), ‘화원’(花園) 등을 주로 썼다고 한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천득염 원장은 저서 ‘소쇄원, 은일과 사유의 공간’에서 “동양에서 정원의 모습은 각국마다 다소 다르나 그 근본은 같다”면서 동양 삼국의 정원 구성원리를 ‘비록 사람이 만들었으되 하늘이 스스로 만든 곳처럼 보이게 한다’(雖由人作 宛自天開)라는 문구로 설명한다. 그리고 중국과 한국, 일본의 조형의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자연을 인공적으로 옮겨놓고 만들어 웅축한 것이 특징이라면 한국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 단순미가 바탕이 된다. 한국적 정서로 보면 자연을 흉내 내려고 인위를 가하는 것은 과장과 허세이며, 지배의 대상으로 여겨 다듬거나 꾸미는 것은 경망스러움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이 주는 선(善), 그 자체에 적응하며 동반하는 지혜가 바로 한국적 조형의 아름다움이다.”

일본의 많은 정원가운데 15세기 무로마치(室町)시대에 조성된 교토 용안사(龍安寺) 석정(石庭)이 이채롭다. ‘선의 정원(禪 Garden)’으로 통한다. 낮은 흙담으로 둘러싸인 동서 30m, 남북 15m의 공간에 백사(白砂)를 가득 깔고 15개의 돌을 배치했다. 매일 새벽 스님이 수행과정의 하나로 갈퀴질한 물결 같은 흔적이 단정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물 없이 물을 표현해 일본어로 ‘가레이산스’(枯山水), 영어로 ‘드라이(Dry) 정원’이라고 부른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일본편4’(창비·2020년)에서 “용안사 석정은 관조의 정원에서 더 나아가 선(禪) 자체를 정원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空), 비어 있다는 것. 불변(不變),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지(止), 머물러 있다는 것. 관(觀), 바라본다는 것. 그리고 명상(冥想), 고요히 마음을 성찰하는 것. 그런 선의 의의를 돌과 백사로 나타낸 것이다”고 설명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원을 조영한 예술가들의 역사·문화를 품은 특별한 스토리는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는 파리 북서부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지베르니에 동·서양을 융합시킨 정원을 조성했다. 영국의 플라워 정원과 닮아 있으면서도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판화에서 본 아치형 나무다리와 대나무 숲 등 일본 정원 요소를 도입했다.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

◇‘국제 정원박람회’ 개최 등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국가정원을 조성하려는 과열 경쟁에 뛰어들었다.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정원의 성공에 힘입어 ‘가리왕산 국가정원’(강원도 정선군)과 ‘금강 국가정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월아산 국가정원’(경남 진주시) 등이 추진되고 있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지역경제 활성화, 생태환경보전, 탄소 저감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나친 경쟁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정원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계승되는 시대적·문화적 유산이다. 수백 년 뒤 후손들은 어떤 정원을 21세기를 대표하는 정원으로 기억할까?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과학문명 속에서 정원을 통해 근원적인 자연과 생명을 향유하려는 노력은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정원을 찾아 자연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여유로움을 느낀다. 이러한 정원 가꾸기는 바로 지금, 내 손에서 비롯된다. 수천 년 인류가 가꾼 정원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가드닝: 정원의 역사’(시공사·2021년)를 쓴 페넬로페 홉하우스(디자이너)와 앰브라 에드워즈(정원역사가)의 말은 울림을 남긴다.

“정원은 마음, 몸 그리고 정신을 위한 모든 종류의 자양분을 제공한다. 기후변화, 식물 질병의 거침없는 확산, 또는 단순히 가족정원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의 부족처럼 우리 앞에 놓여있는 도전들에도 불구하고 정원사가 되기에 지금보다 흥미진진한 시대는 없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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