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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예향

[남도 오디세이 美路 -장흥] 호젓한 풍광 찾아 싸목싸목 … 산 너머엔 봄이 넘실넘실

by 광주일보 202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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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불산 자락 100㏊ 규모 ‘편백나무숲’
봄 신록·겨울 설경 등 계절마다 다채
뭍과 직선거리 130m ‘소등섬’
어부 애환·어촌문화 오롯한 ‘일출 명소’
주말 관광형 시장 ‘정남진 토요시장’
먹거리·볼거리에 전통시장 재미 만점

장흥읍 억불산자락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내 편백나무

 

선학동 유채와 제암산 철쭉, 탐진강 물축제, 천관산 억새, 편백숲 우드랜드 설경 …. 정남진(正南津) 장흥은 철마다 여행자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장흥군은 새해 첫날 ‘2023 문화·관광 르네상스 원년’을 선포했다. 역사와 문화, 치유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여는 ‘어머니 품 장흥’의 9경(景)·9미(味)·9품(品)을 찾아 겨울여행을 떠난다.

◇자연 살아 숨쉬는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부디 우리 애락을 배워다가. 백년천년 내내 금슬 좋게 사십시오.”

억불산(해발 517.3m) 자락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이하 우드랜드)에 들어서면 우선 연리목(連理木)이 눈길을 끈다. 이채롭게도 팽나무 밑동에서 동백나무가 뚫고 나온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연리목 아래에는 한승원 작가의 ‘연리목 신화’라는 제목의 시가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우드랜드내 편백나무숲 규모는 100㏊에 달한다.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유아숲 체험원’을 지나 호젓한 톱밥 산책로를 따라 싸목싸목 걷는다. 편백나무숲 사이로 난 오솔길 경사는 완만하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한껏 들이키고 싶어 양팔을 벌려 심호흡을 해본다. 우드랜드 입구에서 억불산 정상까지는 3.8㎞(소요시간 1시간 20분). 노약자와 장애인 등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무(無)장애 데크길로 ‘말레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 2009년 개장한 우드랜드는 겨울 설경과 봄 신록 등 사계절 다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여름철에 우드랜드를 찾으면 보랏빛 물결을 만날 수 있다. 군은 ‘코로나 19’ 엔데믹과 함께 증가하는 여행자들을 맞기 위해 우드랜드에 단계별 야간경관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화류와 관목류에 LED 바와 LED 네트 조명을 설치해 ‘빛의 정원’으로 새 단장하는 것이다.

우드랜드는 편백나무숲 외에 다채로운 숲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유의 숲’((비비 에코로피아)를 비롯해 통나무집에서 숙박할 수 있는 ‘생태건축 체험장’, 국내에서 유일한 ‘편백소금집’, 나무로 만든 목제품을 볼 수 있는 ‘목재문화 전시관’, ‘난대 자생식물원’ 등을 갖추고 있다. 우드랜드 입구에 위치한 ‘목재문화 체험관(목공예 교육전시관)’은 나무로 만든 다양한 목공예 작품들을 보여준다. 억불산 중턱에는 ‘정남진 천문과학관’(2월까지 오후 2시~밤 9시 운영·월요일 휴관)이 자리하고 있어 우주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다.

바다와 하늘과 작은 섬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룬 ‘소등섬’ 일출. <장흥군 제공>
 

◇남도 최고의 일출명소… ‘소등섬’=남포마을은 소등섬 일출뿐만 아니라 굴구이로도 유명한 곳이다. 마을앞 바닷가 비닐하우스에서 주민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굴 캐는 도구인 ‘조새’로 쪼아가며 굴을 깠다.

이곳 지명은 본래 대나무가 많아 ‘죽포’(竹浦)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수심 깊은 이곳을 군사요지로 사용하면서 ‘남포’(南浦)로 바꿨다고 한다. 마침 간조 때라 소등섬으로 걸어서 들어가는 길이 열려있었다. 뭍과 직선거리로 불과 130여m 떨어져 있는 작은 섬이다. 섬 입구에는 ‘당할머니’ 상과 제단이 조성돼 있고, 그 옆에는 소등할머니 행운 우체통과 ‘소등(小燈)섬 유래’를 새긴 비가 세워져 있다. 정월 대보름 하루 전날(음력 1월 14일) 밤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와 갯제를 올리는 신성한 영역이다.

1990년 발간된 ‘장흥군지(誌)’는 소등섬이라는 이름 유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 당(堂)이 있는 섬의 모양이 솥뚜껑과 같다고 하여 소부덩(솥뚜껑의 장흥 사투리) 섬이라고 부르며 혹은 소등심 혹은 소등이라고 부른다.”

지금이나 바다 일을 하는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풍어’와 ‘안전’일 것이다. 남포마을앞 자그마한 소등섬에 장흥 어부들의 애환과 어촌문화가 오롯이 배어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장흥 ‘정남진 전망대’. ‘정남진(正南津) 장흥’은 장흥을 대표하는 브랜드 명이다.
 

◇정남진 전망대와 ‘문학의 길’=장흥군은 새해 첫날 정남진 전망대에서 ‘통일기원 해맞이 행사’를 가졌다. 정남진 장흥이 ‘통일 시작의 땅’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였다. 이날 통일기원 행사에 앞서 ‘2023년 문화·관광 르네상스 원년’ 선포식이 열렸다. 그만큼 문화·관광산업은 장흥의 미래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흥의 역사와 문화, 치유의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관광객 50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정남진 전망대는 ‘떠오르는 태양’(상층부)과 ‘황토돛대’(중층부), ‘역동적인 파도’(하층부)를 각각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최상부인 10층에 올라가면 눈앞에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10층 전망대에서 계단으로 내려가며 층마다 특화된 공간을 살펴본다. 9층 카페, 8층 북카페, 7층 문학영화관, 6층 추억여행관, 5층 축제관, 4층 이야기관, 3층 푸드홍보관 등 각 층마다 장흥의 이모저모를 보여준다. 2층에는 트릭아트 포토 존이 설정돼 있다.

정남진 해안도로는 고(故) 이청준·송기숙과 한승원, 이승우, 작가 등 장흥 출신 문인들이 태어나고, 빼어난 작품을 탄생시킨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여행자들은 정남진 해안도로를 걷거나 드라이브를 하며 바다와 들녘, 산, 파도와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장흥 태생인 이대흠 시인은 산문집 ‘탐진강 추억 한 사발 삼천 원’(문학들 刊)에서 장흥 해안도로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회진항에서 남포까지 이어진 장흥의 해안도로는 굽이마다 이야기가 맺혀있고, 또 태어난다. 설화에서 소설까지 길은 이어지고, 이미 쓰인 소설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는 이야기로 길은 이어진다. 길 끝이 어디냐고 묻지를 마라. 여기 이곳에서 이 나라의 소설 길이 시작된다.”

◇전국최초의 주말관광형 시장…정남진 토요시장= “엄동설한에 눈을 뚫고 나와 병이 없어!” “미역사라! 미역이 그렇게 맛있네.” 정남진 토요시장에는 이미 봄이 찾아온 듯하다. ‘어머니 텃밭장터’에 좌판을 펼친 한 주민이 파릇한 보리이삭을 손짓하며 정감어린 어투로 말한다. 얼마 떨어지지 않지 않은 자리에 있는 다른 주민은 햇미역을 판다. 겨울 들녘과 겨울 바다에서 채취한 보리이삭과 햇미역, 매생이는 누군가의 식탁에 봄기운을 물씬 안겨줄 터.

탐진강변 예양리에 자리한 정남진 토요시장은 전국 최초의 ‘주말관광형 시장’이다. 상설로 시장이 운영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 살거리가 추가된다. 시장 중앙에 설치된 원형 극장에서 가수들의 흥겨운 트로트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맛과 흥에 절로 즐거워지는 시장이다.

여행자들이 손꼽는 토요시장의 매력은 신선한 한우고기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내 한우판매거리에 있는 한우 판매점에서 선호하는 부위의 고기를 구입한 후 인근 식당에서 키조개와 표고버섯 등과 함께 구워 먹는다. 상차림 비용으로 1인당 4000원을 추가한다. 일반적으로 전라도에서 ‘삼합’(三合)은 삭힌 홍어와 묵은 김치, 삶은 돼지고기 수육을 통칭하지만 장흥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한우고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의미한다.

정남진 토요시장은 전통적인 오일시장과 현대화된 시장의 양면을 모두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도에서 시행한 ‘2023년 전통시장 시설현대화’ 공모사업에 정남진 토요시장이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군은 올해 도비와 군비 등 총 7억원을 들여 눈비와 햇빛을 막을 수 있는 가림막 구조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현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흥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은 여름철이면 ‘정남진 장흥 물축제’ 현장으로 바뀐다. 토요시장을 나와 바라보는 탐진강은 하늘빛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예전에 장흥 사람들은 워낙 맑은 물이 흐르는 양지바른 곳이라는 의미에서 ‘물굽이 예’(汭)자와 ‘볕 양’(陽)자를 써서 예양강이라 했다.

2월은 겨울과 봄을 잇는 징검다리다. 머지않아 다람쥐 꼬리만한 겨울 볕 속에서도 천관산 동백숲과 묵촌리 동백림은 붉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그리고 선학동 마을 유채꽃과 제암산 철쭉이 차례로 만개하며 상춘객의 발길을 이끌 것이다. 장흥의 봄은 산너머 남쪽 푸르른 바닷바람에 실려 오고 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장흥=김용기 기자·중부취재본부장 kyki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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