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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잊혀진 화가 진환을 소환하다

by 광주일보 2020.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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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광주 은암미술관에서는 조금은 낯선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그 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전북 고창 출신 진환(본명 진기용·1913~1951) 화백의 회고전이었다. 이쾌대·이중섭과 동인으로 활동하고, 홍익대 미대 창립 교수를 지냈던 그는 6·25 전쟁 중 38세의 젊은 나이에 제자의 오인 사격으로 황망히 세상을 떠난 비운의 화가였다. 

 

1940년께 도쿄 미술공예학원 재직시절의 진환 화백

‘고향, 몽환적 풍경’ 을 타이틀로 열린 기획전의 전시작은 광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들 진경우 화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그가 태어난 해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이니, 아버지에 대한 직접적인 추억은 없지만 고향집에 걸려 있던 아버지의 그림을 보고 자란 그는 그림들을 늘 마음 속에 품고 있었고, 화가가 됐다. 진 화백은  “내 그림이 갖고 있는 어떤 기운,  내적으로 형성된 환상성과 몽환적, 초현실적인 느낌이 아버지에게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화단에서 잊혀졌던 ‘망각의 화가’ 진환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진환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2년에 걸쳐 준비한 ‘진환 평전-되찾은 한국 근대미술사의 고리’(살림 펴냄)다. 무엇보다 내년 타계 70주기를 앞두고 발간돼 진환의 작품 세계와 삶을 살펴보고, 한국근현대미술의 한 부분을 복원할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다.

황정수 근대미술연구가, 안태연 미술사가, 최재원 독립 큐레이터 등 5명의 필진이 참여한 책에는 서양화·드로잉·동시화 등 진 화백의 모든 작품과 그가 쓴 수필, 편지, 유학 시절 성적표, 편지와 신문 기사 등 자료가 실렸다. 1950년 한성일보에 기고한 ‘소’ 에세이 등 이번에 처음 발굴됐거나 첫 공개된 것들도 눈에 띈다.

 

'우기'

특히 그가 즐겨 그린 ‘소’ 그림은 인상적이다. 한국의 소 그림은 이중섭의 작품이 가장 잘 알려졌지만, 진한은 그보다 먼저 소를 그렸고, 예전부터 이중섭이 진환이 그린 소 그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책에서는 이런 내용도 집중적으로 다룬다.

‘조선향토색’을 추구했던 동갑내기 작가 이쾌대는 특히 진환과 각별한 사이였다. 책에는 이쾌대가 진환에게 보낸 다섯통의 편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쾌대는 해방 직후 고향에 있는 진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때가 어느 때입니까. 기어코 고대하던 우렁찬 북소리와 함께 감격의 날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원컨대 형이여! 하루바삐 상경하셔 큰 힘 합쳐 주소서”라고 쓰기도 했다. 진환의 친구였던 시인 서정주는 “여름이면 항시 촌농부의 밀짚모자 차림으로 빙그레한 어린애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나타나던 진환”이라고 묘사했다.

 

작품활동을 하면서 부친이 설립한 무장농업학교의 교장으로 일했던 그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 동요집을 제작하는 일에도 몰두하며 다양한 작품을 그렸다. 큰아들 철우의 이름이 표지에 적힌 그림책에는 ‘쌍방울’, ‘말타기’ 등 동시와 함께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함께 실어 지극한 자식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에 대한 첫 조명 작업은 사후 32년만인 1983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열린 유작전이었다.

“아버님의 작품은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되거나 평가된 적이 없어 이번에 나온 책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발자취를 조금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은 늘 했었습니다. 최근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아버님의 작품이 한국 근대미술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작은 역할이라도 하길 바랍니다. 타계 70주기인 2021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버님의 작품을 조명할 기회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진경우 화백은 “무엇보다 근대미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를 계기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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