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믿고 분양 받았는데…” 사기분양 피해에 6년째 한숨

장흥군 추진 은퇴자마을 조성사업
로하스타운 17세대 17억 피해
시행사 불법 선수금 받고 ‘먹투1’
피해 보전 조건 대체사업자 선정
“새로 계약금 안내면 보전 못해줘”
장흥군은“당사자간 문제” 뒷짐

장흥군 안양면 비동리에 조성 중인 로하스타운 부지 전경. <장흥군 제공>

 

장흥군이 추진 중인 은퇴자 공동체마을사업 ‘로하스타운’을 분양받은 사람들（이하 피분양 자）이 17억원에 달하는 사기 분양 피해를 입고 6년째 입주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흥군은 사기분양 피해액을 대신 변제해 준다는 조건으로 대체사업자를 구했지만, 이들도 새로 계약금을 내지 않으면 피해액을 보전해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피분양자들은 사업추진 주체인 장흥군이 뒷짐만 질 게 아니라 나서서 피해 보전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로하스타운은 장흥군이 지난 2013년부터 추진해 온 은퇴자 공동체마을 건설사업으로, 장흥군 안양면 비동리 산 94-3번지 등 15필지에 총 350여세대 규모로 전원주택 등을 짓는 사업이다.

민간개발 사업으로 추진돼 40여세대씩 단계적으로 단지를 조성 중인데, 지난 2016년 1차 단지 조성이 완료돼 43세대 입주가 이뤄졌다.

그러나 2차 단지 39세대를 조성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시행사인 랜드러버스가 2016년 장흥군·전남도와 분양 계약 승인도 안 한 상태에서 불법으로 분양 선수금을 받은 것이다.

장흥군은 랜드러버스 측에 선수금 수령현황 제출, 선수금 환불, 보험 증권 제출 등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결국 2019년 시행사 지정을

취소했다. 2017년이었던 준공 예정일도 기약없이 미뤄졌다.

랜드러버스에 선수금을 낸 피분양자는 총 17세대로，이들은 각각 2000만~2억원 등 총 17억 8600만원의 분양금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액 보전은 장흥군이 선정한 대체사업자의 몫으로 넘어갔다.

장흥군은 대체사업자로 금강도시개발，이산종합건설，플러스건설，태창 건설 등 4개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선정한 뒤， 지난 2020년 4월 이들이 피해자들의 피해액을 보전해 주라는 내용의 합의서 작성을 주선했다.

합의서에는 이산종합건설이 선수금을 영수했다는 영수서를 교부할 것과 추후 정산할 것을 약정하며, 금강도시개발이 이를 공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이산종합건설이 컨소시엄에서 빠져나가면서 금강도시개발이 피해 보전 의무를 도맡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피해액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도시개 발이 “집을 다 짓고 입주까지 마친 뒤에 피해액 을 보상해줄 테니, 일단 새로 분양 계약부터 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자들은 “피해액과 별도로 집 한 채 계약금을 또 내라는 건데, 한 번 사기분양을 당한 입장에서 뭘 믿고 계약금을 선뜻 내주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 피해자들이 합의서에 적힌 ‘영수서’부터 교부하라고 요구하자, 금강도시개발은 “계약을 하면 계약서에 특약 조건으로 피해액 보전을 달아 주겠다”，“39세대 중 70% 이상 분양되면 피해액을 보전해 주겠다”고 맞서고 있다.

피해자들은 합의서조차 부실하게 작성돼 피해액 보전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장흥군에 따르면 금강도시개발은 자본금이 1억여원에 불과한 소규모 회사이며, 자금 능력이 있는 태창건설과 플러스개발이 컨소시엄의 주체다. 하지만 합의서에 서명한 건 금강도시개발과 중도하차한 이산종합건설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이 부족한 회사가 피해액 보전 의무 ‘독박’을 쓰고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장흥군이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합의서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태창건설, 플러스개발은 합의 내용을 이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일련의 문제 원인이 장흥군에 있다고 지적했다.

장흥군이 추진하고 홍보한 사업인 만큼 관리 감독 책임이 장흥군에 있다는 것이다. 사기 분양을 한 기존 사업자부터 피해액을 보전해 준다는 대체사업자까지 모두 장흥군이 지정했으며 합의서 작성도 장흥군 주도하에 이뤄졌으므로 군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장흥군관계자는 “군에게 도의적 책임은 물을 수 있으나, 100% 민간 개발로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건설사와 피해자끼리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군은 대체사업자 선정 등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모두 이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동복 로하스타운 피해자대책위원장은 “우리들은 김성 장흥군수가 나서서 은퇴자들을 위한 최고의 장소라고 홍보한 것을 믿은 잘못밖에 없다”며 “원금 회수도 못하고 6년 동안 피해만 입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며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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