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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들개 변신 유기견의 역습?

by 광주일보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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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떼지어 배회하며 위협
광주지역 출몰 신고 부쩍 늘어
개물림 사고도 매년 40~50건
자치구 ‘포획단’ 꾸려 포획 활동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시 서구 유덕동의 한 주간보호센터에 근무하는 김애은(28)씨는 최근 ‘들개’ 탓에 불안해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여섯 마리의 들개 무리가 센터 인근을 배회하며 쓰레기봉투나 음식물 쓰레기통을 헤집어놓고, 보행자를 위협하는 등 골치를 썩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끔 길고양이를 물어가는 등 공격적인 모습도 보였다”며 “인근에 요양병원이 있는 터라 어르신들에게 해를 끼치진 않을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김씨의 신고를 받은 서구청은 지난 18일 유덕동을 찾아가 들개 6마리 중 3마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 동물보호소로 인계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발생한 유기견 탓에 광주시에 ‘들개’ 위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 서구청에서 올해 처음으로 ‘들개 포획사업’에 뛰어드는 등 광주시 각 자치구에서도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광주 서구청은 이달부터 ‘야생화된 유기견 포획단’을 운영, 본격적인 포획 사업을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서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벌써 7건의 들개 신고가 들어왔다. 아직까지 개물림 사고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지만, 요양원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산책 도중 들개 무리를 보고 놀라 넘어지는 등 시민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구청은 들개 신고가 접수될 경우 소방서로 연계해 줬으나 한계가 있었다. 소방관이 출동한 후에는 대부분 들개가 도망가버린 뒤였고, 이후 들개가 다시 출몰하면 서구청에 재차 신고가 들어오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들개 민원에 직접 대처하기 위해 올해 들개 포획단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포획단은 마취총이나 엽총은 쓸 수 없어 그물망이나 포획틀을 이용해 포획한다. 포획에 성공하면 광주시 동물보호소로 인계하며, 포획 이후에도 들개가 나타나지 않는지 꾸준히 관리를 한다.

포획한 들개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10일간 보호 조치하며, 야생화가 심한 경우 공격성이 강하므로 보호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조치한다.

들개 문제는 광주 서구뿐 아니라 타 자치구에서도 오랜 골칫덩이였다. 최근 반려동물인구가 증가하면서 들개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유기견도 늘어나고, 미처 구조되지 못한 유기견들이 들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견이 산으로 들어가 교배를 하고 2~3세대를 거치면 완전히 야생화가 돼 들개로 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광주시 반려견 두수는 10만 1412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시 유기동물 발생 건수도 2020년 3557건, 2021년 3285건, 2022년 3138건으로 줄지 않고 있다.

소방 개 포획 건수도 해마다 1000여건씩 이어지고 있다. 광주소방은 2020년 1090마리, 2021년 849마리, 2022년 864마리의 개를 포획했는데, 야생동물 포획 조치 건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개물림 사고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2020년 54건, 2021년 46건, 2022년 44건으로 매년 40~50건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등산을 끼고 있는 광주시 동구와 북구에서는 이전부터 들개 포획단을 만들어 대처해 왔다.

지난 2018년 광주 동구청이 광주에서 최초로 ‘야생화된 유기견 포획단’을 만들었으며, 지난 5년 동안 97건의 신고를 접수하고 포획활동을 했다.

광주 북구청 또한 지난 2020년부터 ‘대형견 포획단’을 꾸려 지난 3년 동안 들개 90마리를 포획했다. 출동 건수도 2020년 15건, 2021년 80건, 2022년 17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북구청 설명이다.

광주시 차원에서도 실외견 중성화수술 지원, 반려동물 내장형 칩 등록비용 지원 등 활동을 통해 들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광주시는 올해부터 시민안전보험에 개물림 사고 발생 시 응급실 내원 치료비를 보험금으로 지원한다는 항목을 추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로 응급실에서 진료받을 경우에 치료비를 최대 50만원까지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역민들의 안전을 위해 포획단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들개가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은 꼭 내장형 동물 등록을 해 주길 바라며, 불쌍하다는 이유로 포획된 들개를 풀어주면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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