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판결…정부 불법행위 규정과 배치돼 주목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관례적으로 지급해 온 ‘월례비’가 임금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월례비는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비공식 수당으로 최근 정부는 월례비 지급을 건설현장의 대표적인 불법행위로 꼽고 경찰과 노동당국에 수사를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월례비를 임금으로 본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월례비를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고등법원 민사1-3부(부장판사 박정훈)는 담양군 소재 철근콘크리트 공사 A업체가 타워크레인 회사에 소속된 운전기사 B씨 등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을 지난 16일 내렸다.
A업체는 2016년부터 광주지역 6곳의 아파트 신축공사 및 재건축·재개발사업 공사현장에서 시공사로 부터 형틀·철근공사를 하도급 받았다.
이에 시공사는 계약을 맺은 타워크레인 회사들로부터 기사 B씨 등 16명을 현장으로 보내 건설장비 및 골재를 운반케 했다.
이 과정에서 A업체는 타워크레인 업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시간외 근무수당 및 월례비 명목으로 300만원을 요구하는 16명의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총 6억 54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A업체는 월례비는 부당이득이라면서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월례비 지급에 대한 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점, 기사들이 타워크레인 회사로부터 임금을 지급 받았던 점, A업체로부터 연장 근무에 대한 시간외 수당도 지급 받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사들이 수령한 월례비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다만 1심 재판부는 “A업체가 월례비 지급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월례비를 지급했다는 점을 들어 A업체 청구를 기각하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손을 들어 줬지만 이유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월례비의 성격에 대해 “월례비 지금은 수십 년 동안 지속해온 관행으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업체와 운전기사들 사이에 월례비 지급에 의사 합치가 있었던 점, A업체가 시공사와의 계약시 월례비 부담을 포함해 계약한 점, 월례비 지급과정에서 기사들이 작업을 거부했거나 강제한 점이 없는 점, 만약 기사들이 작업을 거부하더라도 A업체는 시공사에 비용 청구 등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정병호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술 횟수 부풀린 치과의사·환자 무더기 적발 (0) | 2023.02.23 |
---|---|
SNS에 해킹 광고…언론사·결혼업체 고객정보 700만건 빼내 (0) | 2023.02.21 |
윤상원 열사 유족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 (0) | 2023.02.17 |
광주 개나리 3월 22일·진달래 25일 핀다 (0) | 2023.02.10 |
변호사사무실로 가는 ‘경찰 전관’…‘전경예우’ 주의보 (0) | 2023.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