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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 - 오미야 오사무 지음, 김정환 옮김

by 광주일보 2023.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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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은 왜 그토록 보라색에 집착했을까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 주석을 단 이로 알려져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을 가르쳤던 당시 리케움의 원장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정작 알렉산드로스가 과학 기술에도 조예가 깊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는 당대 그리스의 높은 염료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국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돼 위장전술을 펼쳤다. 바로 자신의 군대를 부상병으로 보이게 하는 것. 그는 서양꼭두서니에서 얻은 빨간색 염료인 알리자린를 활용해 병사들의 군복을 물들였다. 예상했던 대로 페르시아군은 그리스군이 약하다 여겨 방심했다. 알렉산드로스는 적군의 허를 찔러 승리를 거뒀다.

알렉산드로스가 광대한 제국을 건설한 원동력은 화학 지식에 있었다. 염료와 염색에 관한 화학 지식이 세계사 물줄기를 바꾼 명징한 사례다.

일본의 저자 오미야 오사무가 펴낸 ‘세계사를 바꾼 화학 이야기’에는 화학이 원동력이 됐던 재미있는 세계사가 등장한다. 저자는 인문학, 특히 역사에 지대한 지식과 관심을 토대로 이번 책을 저술했다. 와세대대학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이력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번 책은 베스트셀러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시리즈의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4500년 전 쿠푸 왕의 피라미드에는 화학 지식이 스며 있다. 인류 최대의 건축물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높이 약 139m, 각 밑변 길이 약 230m, 평균 무게 2.6t로, 돌 230만 개가 쓰였다. 장비나 기술도 발달하지 않은 당대에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양의 돌을 자유자재로 다루었을까.

저자는 뛰어난 화학 지식이 발휘됐다고 단언한다. 그 과정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먼저 인부들이 송곳을 이용해 잘라내고자 하는 돌의 위치에 일직선으로 구멍을 뚫는다. 다음으로 구멍에 나무 막대기를 꽂고 물을 붓는다. 얼마 후 나무 막대기가 부풀어 올라 팽창하면서 석재가 갈라진다.

유리는 문명의 상징을 대표하는 물질이다. 전구, 망원경, 현미경, 카메라의 생명은 모두 유리다. 인류 역사상 유리가 발명된 것은 기원전 3000년 메소포타미아 문명시대다. 당시 사람들은 보석의 모조품으로 구슬 같은 것을 만들었고 이후 무역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빵의 역사도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어 먹었다. 물론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기 전 신석기 시대에 인류는 밀과 보리 등을 가루로 만들어 빵을 구워 먹은 것으로 보인다.

맥주는 기원전 4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를 중심으로 보급됐다. 이 지역 사람들은 곡물을 원료로 맥주를 제조했다. 이들이 맥주를 만드는 법은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보리를 물에 담가 놓은 채 방치해두면 단맛이 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곡물을 끓여 스프로 만들어 먹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을 것”이라며 “좀 더 오래 두면 운이 따를 경우 거품을 내며 맥주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일화도 만나게 된다. ‘나무통에 담아 와인을 숙성시키는 방법’이 그 사례다.

고대 로마군에 맞서 싸운 갈리아의 게르만인은 당시 나무통을 무기로 활용했다. 이들은 높은 곳에서 나무통에 불을 붙여 로마군을 향해 굴렸다. 로마인들은 적군이 굴리는 통에 와인을 담아 숙성시키면 색다른 맛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연찮게 “통의 나무성분 분자가 와인에 녹아들어 함께 발효되면서 맛과 풍미를” 끌어올리게 되는 이치를 발견한 것이다.

이밖에 책에는 고대인은 왜 그토록 보라색에 집착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고대 로마시대에 고귀한 신분을 드러내는 상징색이 되면서 보라색은 귀한 색으로 인식되었다.

이밖에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화학무기가 어떻게 발명됐으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왜 아로마 사용을 권장했는지 등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사람과 나무사이·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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