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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서점…기이한 사랑이 느닷없이 시작되는 장소
최근 들어 출판사마다 다양한 에세이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음식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리즈부터 좀더 깊은 사색을 요구하는 시리즈까지 다채롭다.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는 영화감독 에이젠슈타인의 작업 노트부터 뒤라스와 고다르가 나눈 대화까지, 논쟁적인 주장을 펼치는 해외의 정치·사회·예술 에세이를 소개해 왔다.
같은 출판사가 1차분 3권을 내놓은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는 국내 필자들의 정치, 사회, 예술 에세이와 사유의 파편들을 다룬 새로운 기획이다.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등을 쓴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장소의 연인들’은 연인들의 시간이 장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여러 소설을 통해 탐색해나간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장소와 연인들의 공동체를 둘러싼 개념에 대해 만날 수 있고 2부~4부는 각각 ‘내밀한’ 연인들의 장소와 ‘개방적인’ 연인들의 장소, 그리고 보다 ‘원초적인’ 연인들의 장소에 대한 상상적 탐색이 담겼다.
그가 소개하는 연인의 장소 중 한곳은 발코니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익숙한 사랑의 서사에서 발코니가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그 곳이 은밀한 경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공간이 개방감과 은밀함의 느낌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발코니가 아니면 불가능하고, 발코니는 예기치 않은 외부의 틈입처럼 기이한 열정이 느닷없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덧붙인다.
리처드 플래너건의 소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속 사랑은 서점에서 일어난다. 저자는 연인들에게 기묘하게 어울리는 장소가 ‘서점’이라고 말한다. 서점은 “바깥 세계의 번잡함과 계산들을 피해 숨어드는 동굴같은 곳”으로 “진열된 책들 안에 들어 있는 문장과 사유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계시적인 느낌은 서점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함께 나온 페미니스트 노동 연구자 이소진의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저자가 현재의 자신을 구성한 여러 경험들과 감정들, 개인적 일화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함으로써 일상의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또 이탈리아사 및 유럽 현대사를 연구해온 서울대 서양사학과 장문석 교수의 ‘토리노 멜랑콜리’는 장대한 산업과 장렬한 혁명이 공존했던 곳으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회정치적 실험실이었던 토리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리즈는 앞으로 윤경희의 ‘방젤 저택의 낮과 밤’, 김태환의 ‘번역과 말’, 심보선의 ‘시와 직업’, 목정원의 ‘몰입과 거리’, 김수환의 ‘에이젠슈타인과 벤야민’ 등으로 이어진다.
<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는 영화감독 에이젠슈타인의 작업 노트부터 뒤라스와 고다르가 나눈 대화까지, 논쟁적인 주장을 펼치는 해외의 정치·사회·예술 에세이를 소개해 왔다.
같은 출판사가 1차분 3권을 내놓은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는 국내 필자들의 정치, 사회, 예술 에세이와 사유의 파편들을 다룬 새로운 기획이다.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 등을 쓴 이광호 문학평론가의 ‘장소의 연인들’은 연인들의 시간이 장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여러 소설을 통해 탐색해나간다.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장소와 연인들의 공동체를 둘러싼 개념에 대해 만날 수 있고 2부~4부는 각각 ‘내밀한’ 연인들의 장소와 ‘개방적인’ 연인들의 장소, 그리고 보다 ‘원초적인’ 연인들의 장소에 대한 상상적 탐색이 담겼다.
그가 소개하는 연인의 장소 중 한곳은 발코니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익숙한 사랑의 서사에서 발코니가 로맨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그 곳이 은밀한 경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공간이 개방감과 은밀함의 느낌을 동시에 갖는다는 것은 발코니가 아니면 불가능하고, 발코니는 예기치 않은 외부의 틈입처럼 기이한 열정이 느닷없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덧붙인다.
리처드 플래너건의 소설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속 사랑은 서점에서 일어난다. 저자는 연인들에게 기묘하게 어울리는 장소가 ‘서점’이라고 말한다. 서점은 “바깥 세계의 번잡함과 계산들을 피해 숨어드는 동굴같은 곳”으로 “진열된 책들 안에 들어 있는 문장과 사유들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계시적인 느낌은 서점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함께 나온 페미니스트 노동 연구자 이소진의 ‘경험이 언어가 될 때’는 저자가 현재의 자신을 구성한 여러 경험들과 감정들, 개인적 일화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함으로써 일상의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또 이탈리아사 및 유럽 현대사를 연구해온 서울대 서양사학과 장문석 교수의 ‘토리노 멜랑콜리’는 장대한 산업과 장렬한 혁명이 공존했던 곳으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회정치적 실험실이었던 토리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리즈는 앞으로 윤경희의 ‘방젤 저택의 낮과 밤’, 김태환의 ‘번역과 말’, 심보선의 ‘시와 직업’, 목정원의 ‘몰입과 거리’, 김수환의 ‘에이젠슈타인과 벤야민’ 등으로 이어진다.
<문학과지성사·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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