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북스

정원의 기억 - 오경아 지음

by 광주일보 2023. 1. 8.
728x90
반응형

가든디자이너와 떠나는 세계 30곳 정원 인문기행

“영국을 대표하는 두 가지를 들라면, 셰익스피어와 영국식 풍경 정원이다.” 영국의 방송인이자 유명 원예인인 몬티 돈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명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다. 영국을 대표한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영국식 풍경 정원도 영국의 자부심이라는 데는 의아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영국식 정원 ‘러유샴’을 디자인한 윌리엄 켄트의 업적과 천재성을 알고 나면 절로 수긍이 된다. 사실 영국식 정원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기 이전에는 프랑스 루이 14세 때 완성된 베르사유 정원의 명성이 대단했다. 인접 국가들이 그것을 본뜨거나 따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 라 프랑세즈 가든 스타일’이 생겨난 것도 그런 연유다.

그러나 젊은 시절 이탈리아에서 건축과 미술 공부를 했던 윌리엄 켄트는 당시 풍경화에 흥미를 가졌다. 당시 신화와 종교라는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유럽의 미술과 달리 ‘자연주의 풍경’에 매료됐다. 이 풍경화는 상상으로 형상화한 것이었는데 후일 ‘픽처레스크 정원’, ‘그림과 같은 정원’이라고 불렸다.

전형적인 물의 정원인 창덕궁 후원. <궁리 제공>

영국으로 온 켄트는 자신만의 정원을 디자인했다. 스토우 정원은 “정원관광이라는 문화를 처음으로 시도”한 곳이며 옥스퍼드셔의 개인 정원 러우샴 공원은 “원형이 가장 잘 보전돼 있고 전체 풍경 정원을 통틀어 완성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작가이자 가든디자이너이며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오경아의 책 ‘정원의 기억’에는 세계의 정원 30곳이 소개돼 있다. 스페인 마조렐 정원을 비롯해 프랑스 지베르니 정원, 우리나라의 창덕궁 후원, 안동 병산서원 , 교토의 료안지 정원, 맨해튼 센트럴 파크 등이 등장한다.

저자는 영국 리틀컬리지와 에식스대학교에서 가든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귀국 후에는 가든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디자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스타필드 위례, 부천, 부산 명지 등의 상업공간과 ‘한글정원’ 등의 전시작품을 디자인했다. 아름다움의 연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 예술가들과 협업을 해오고 있다.

저자는 정원 공부를 하던 초창기에는 정원이 예쁜지,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머릿속에 느낌표로 저장된 정원들은 단순히 예쁜 곳이 아니었다. 바로 “그 안에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이 좀 더 뚜렷하고 분명하게 남아 있는 곳들”이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저자는 정원에 관한 10여 권의 다양한 책을 저술했고 해외 서적을 번역 소개하기도 했다. 일련의 모든 과정에 ‘정원은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철학과 생활이 녹아 있는 주거환경’이라는 가치를 심는데 주력했다.

책에는 예술, 역사, 아디이어, 명상 등의 키워드로 바라본 정원의 풍경이 소개돼 있다.

예술과 관련해서는 세상에 없던 예술 세계를 열어간 가우디와 그가 구상한 구엘 파크를 비롯해 영국식 플라워 정원의 정수가 인상적인 시싱허스트 정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히스토리와 접목된 정원은 우리나라의 유서 깊은 공간들이 나온다. 특히 창덕궁 후원은 정원 사랑을 보여준 왕조의 조선 600년 왕실의 역사를 대변한다.

저자는 창덕궁 후원의 정원 연출은 형태적으로는 전형적인 물의 정원이라고 설명한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후원 전체를 막힘없이 잘 흐르게 했고, 낮은 곳에 이르면 대형 연못과 그 옆에 건축적으로 빼어난 정자를 만들어 물과 함께 주위를 감상하도록”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이상향을 상정한 정원은 안동의 병산서원과 보길도의 부용동 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전자가 풍수지리에 입각한 완벽한 차경의 기법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후자는 파란만장한 정치인의 삶을 버리고 정원에 안긴 한 인물의 삶을 보여준다.

더불어 담양 소쇄원은 세상을 등졌지만 열어두었던 양산보의 기억을 환기한다. 저자는 “자연과 소통하려했던 특별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궁리·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리버 - 로런스 C. 스미스 지음, 추선영 옮김

범박하게 말한다면 강(river)의 임무는 모든 것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강의 최종 목적지는 호수와 바다다. 그곳에 도달한 강은 퇴적물을 쏟아놓고 소멸의 운명을 맞는다. 일테면 이렇게 설

kwangju.co.kr

 

백화 가와무라 겐키 지음·이소담 옮김

엄마가 치매가 걸리고 난 뒤 비로소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백화’. 잃어가는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진행되는 서사는 자못 흥미롭다. 차츰차츰 무

kwangju.co.kr

 

728x90
반응형